메리츠, 대규모 예실차 이익···충격 덜할듯
DB·KB손보도 1분기 예실차 대거 늘려
"당국이 예실차 규제도 강화해야" 지적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험사들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메리츠화재는 충격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이익'을 많이 얻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 올 1분기도 1300억원 예실차 이익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의 예실차이익(개별 기준)은 130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0% 크게 늘었다. 전체 손해보험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장기보험 영업이익 가운데 예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달한다. 예실차 이익은 보험사가 인식한 예상보험금·사업비가 실제보험금·사업비보다 더 많을 때 발생한다.
업계에선 예실차 이익이 큰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의 규제 영향도 덜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은 보험사의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이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CSM을 초기에 과도하게 인식해서 이익 부풀리기에 나선다는 지적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가 장기상품 계약을 통해 받는 보험료 가운데 이익으로 반영하는 부분을 추정한 값이다. 손해율, 유지율, 사업비율 등 각 계리적 값이 향후 계약 기간 동안 어떻게 될지 추정해 CSM 규모를 파악한다. 보험사는 매 분기마다 CSM의 일정 비율을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한다. 또 보험사의 예실차 이익 규모가 커지면 계리적 가정값을 보수적으로 정해 CSM을 산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CSM의 이익 인식 방식이 조정되더라도 예실차 이익은 영향을 받지 않기에 이 규모가 큰 메리츠는 정책의 여파가 덜 할 확률이 높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호실적의 원인 중 하나는 예실차 이익이었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은 총 865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메리츠는 작년 1분기부터 예실차 이익이 많은 점을 전략적으로 어필한 바 있다. 자사의 CSM이 보수적으로 산출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근거로 예실차 이익을 든 것이다.
◇경쟁사도 메리츠 따라가나···KB손보, 1분기 예실차 1위
더구나 올해는 메리츠 뿐만 아니라 타 손보사에서 예실차 확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KB손해보험의 올 1분기 예실차 이익은 1417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간 예실차를 의도적으로 늘려온 메리츠화재보다 1000억원 가량 더 많은 규모다. 작년 1분기엔 8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DB손보도 같은 기간 45% 급증한 829억원의 예실차 이익을 거뒀다.
이에 금융당국이 IFRS17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선 예실차에 대한 규제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당국은 보험사가 과도하게 예실차를 거두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예실차 오차율을 5%로 정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와 KB손보는 이 범위를 넘어서는 예실차 이익을 거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FRS17 관련된 제도를 추가로 도입할 움직임을 보여 보험사들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1분기에 예실차 이익을 많이 거둔 곳들도 계속 이익을 많이 내는 방향으론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