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특별법 표결 하루 전 정부 대안 공개
“퇴거시 임대료 사용, 남은 경매차익은 임차인 제공”
저리 갈아타기 및 악성임대인 등 정보제공 강화 포함
“개정시 형평성, 재정 불확실성, 법적 안정성 고려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야당 주도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저금리 갈아타기 등 금융지원과 악성임대인 등 임차인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역전세난으로 촉발된 전세사기 문제가 서민 재산과 보금자리를 위협하면서 여야는 지난해 6월 피해 임차인 보호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정부는 총 1만7000여명을 피해자로 결정했고, 1만여건에 대해 금융, 법률, 주거 지원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법시행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미흡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 시행이 1년 가까이 지났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피해주택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이에 야당 주도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선구제후구상을 골자로 한다.
오는 28일 법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야당은 여론전에도 나섰다. 지난 24일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위한 집회를 연데 이어 이날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당 관계자는 “전세사기 문제는 국가 제도적으로 놓친 경제적 재난”이라며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막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을 놓고도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법안이 담긴 선구제후구상이 시행되면 주택도시기금이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 채권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 또한 미비한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란 점을 심사하고 확정하는 과정, 행정절차들이 오래걸린다. 피해자 지정 요건이 까다로운 측면도 있다”며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깐깐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덜 이뤄진면이 있고, 아무나 피해자로 인정할 순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추진을 재고해야 한단 입장인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정부 대안을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시행이 가능한 안”이라고 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원래 살던 집에서 원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공공이 경매를 낙찰받도록 하는데 더해 경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가와 낙찰가만큼의 차액을 활용해 피해자들의 손실을 보전키로 했다.
피해자들은 경매 이후 퇴거 위기에 놓인단 점을 착안해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 주택을 낙찰받고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국토부 측은 “퇴거할 때 임대료로 사용하고 남아있는 경매 차익은 임차인에게 돌려준다”며 “피해자는 경매에서 자력으로 자기가 가진 권리에 따라 배당받는 금액에 더해 낙찰자인 LH공사 등에 귀속되는 경매 차액만큼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경매 낙찰가가 평균 70% 이하에 형성되고 있다. 약 30% 정도 경매차익이 발생하는데 착안한 제도이다. 피해자가 임대료 없이 지낼 수 있는 기간은 10년이고,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원할 경우 시세의 50~70% 수준 임대료로 10년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정부지원 사각지대로 꼽혔던 불법건축물과 신탁사기 피해 주택 등도 경매를 통해 적극 매입한단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 문턱도 낮췄다. 기존 전세계약 만료 전이라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오피스텔도 주택 구입자금 대출 범위에 포함한다.
임차인에 대한 전세계약 핵심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안심전세 앱을 활용해 임대인의 위험도지표를 제공하고 보증금을 상습 미반환한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확대키로 했다.
국토부 측은 “개정안은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가격 평가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안의 요점은 피해자들이 피해 주택에 안정적으로 살게하는 것은 틀림없이 해주겠단 것이다. 법 개정 전에라도 LH 등이 경매에 적극 참여해 피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말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논의를 다시 시작하잔 제안도 내놓았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때 형평성, 재정투입규모의 불확실성,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서 교수는 “전세사기특별법은 한시법이다 보니 그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전세대책과 특별법 간 상충될 때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