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순익 감소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실적 가를 변수로 충당금 규모 주효
고금리로 상환 부담 증가했지만 가계 소득은 정체···저신용차주 능력 저하 불가피
KB국민카드 연체율 상승 추세···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유리한 고지 유지 가능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전업 카드사 3위 자리를 놓고 KB국민카드가 현대카드를 멀찌감치 앞선 가운데 향후 실적 순위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실적을 가를 변수로 충당금 규모가 주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KB국민카드 연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만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유리한 고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때 470억원까지 줄어든 순이익 격차 753억원으로 다시 벌어져
27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1391억원, 현대카드는 6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업 카드사 7곳 가운데 홀로 선방했던 현대카드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감소하면서 KB국민카드와의 실적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업계 3위 자리를 두고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와의 실적 격차는 좁혀진 바 있다. 객관적 지표에 따라서는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를 앞선 적도 있었다. 개인 신용카드 회원수 순위에서는 3위에 안착했고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순위에서는 삼성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 애플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이후 5월 말 기준 전체 회원 수 1173만4000명을 기록하며 신한카드(1429만6000명)와 삼성카드(1272만8000명)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위 KB국민카드(1172만6000명)와는 8000명 정도 차이가 났다.
또한 지난해 10월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원을 돌파하며 신한카드(12조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개인이 신용카드로 사용한 일시불·할부·현금서비스 금액을 합친 것으로 국내와 해외 사용을 모두 포함한다. 통상적으로 카드업계에서는 개인 신용판매취급액과 회원 가입 수를 시장 점유율을 가늠하는 지표로 보고 업계 순위를 매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와의 순이익 격차를 470억원까지 따라잡았지만 올해 초 나타난 실적 양상은 정반대다. 주요 4대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 중 유일하게 현대카드만 역성장하면서 KB국민카드와의 격차가 753억원 차이로 예년 수준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카드 실질 연체율, 마의 2% 돌파···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조정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카드대출 취급액과 연체율 추이로 인한 대손충당금 규모가 향후 순위 등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당금이란 금융사가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자산에 부실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쌓아놓는 자금을 의미한다. 회계적으로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탓에 충당금이 늘어나면 금융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고금리로 인해 가계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했지만 정작 국내 가계소득은 2022년 3분기 이후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신용카드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저신용차주의 경우 상환 능력 저하와 함께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KB국민카드 연체율은 매 분기 상승 추세다. 직전 분기만 해도 1.86% 수준이던 실질 연체율은 2%를 돌파했다. 실질 연체율이란 대환대출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빌린 후 만기 내 갚지 못한 고객이 카드사의 재심사를 거쳐 받은 대출을 뜻한다.
통상 카드업계에서는 실질 연체율이 2%대에 진입하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경기 침체나 건전성 위험 신호로 측정됐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 측은 "개인 채무 재조정 건수가 증가하면서 비교 기업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에 대한 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손충당금을 확대했지만 고금리 환경이 계속되면서 2024년에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향후 독자 신용도가 낮아지거나 전략적 중요성이 약해진다면 현재보다 더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무디스 측의 설명이다.
연체율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가 KB국민카드 보다 낮다. 올해 1분기 현대카드 실질 연체율은 1.04%로 집계됐다. 신한카드(1.82%) 삼성카드(1.16%) KB국민카드(2.14%) 대비 낮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주요 4대 카드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지만 연체율은 업계 최저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차주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은 상승한다면 건전성 위기를 겪은 신용카드사 실적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 운영을 통한 안정적인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