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 ‘이혼 후 혼인 무효 가능‘ 판결 관련 이야기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이혼한 부부의 혼인 사실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혼부부의 혼인사실을 무효해도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였었는데요. 대법원은 이혼했더라도 혼인 관계를 무효로 할 경우 분쟁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 기사들만 보고 많은 분들이 이혼 후 혼인 사실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게 된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럴까요?
◆ 근친혼 등 특별 경우에만 무효 가능
이혼 후 혼인 무효가 가능해지긴 했지만 알아 둬야 할 것은 아무 혼인이나 무효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애초에 혼인무효는 특별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한정되는 것이지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혼 후 혼인무효는 근친혼 등 민법상 규정된 특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민법 8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혼인의 무효 사유는 당사자 간 합의가 없을 때, 근친혼 등의 규정을 위반했을 때, 당사자 간 직계 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간 양부모계 직계혈족관계가 있었을 때입니다.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 단순 변심이나 각자의 사정들로 이혼했을 경우에도 혼인무효를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합의도 없이 한 사람이 몰래 혼인신고를 해버리는 등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거나 근친 등 혈족 등의 경우에 한정한다는 것이죠.
◆ 과거 결혼 기록 자체는 못 지워···’범죄 의한 결혼’은 ‘기록자체 지우기’ 가능
또 혼인을 무효로 하게 되면 대법원이 판시했듯 어떤 법률관계와 관련된 분쟁이 있을 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혼인했던 기록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혼인기록이라는 것이 가족관계등록부를 말하는 것인데요.
여기에서 혼인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정정’했다는 기록은 남습니다. 이 같은 기록조차도 없이, 말그대로 정정했다는 기록조차도 남지 않게 혼인을 무효로 하려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여야 합니다.
즉, 범죄 때문에 결혼하게 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판례가 곧 법' 이라던데 뒤집힐 수 있나
흔히들 판례는 하나의 법과도 같아서 일단 나오면 뒤집어 지기 어렵다는 말을 기사 등에서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보면 판례를 뒤집는 판결인데 이런 것이 가능 하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물론 가능합니다.
일단 판례가 만들어지면 그것과 다르게 판결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도 종종 있고요. 법도 바뀌는 만큼 판례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네요.
한 변호사는 “(이혼 후 혼인무효가 안 된다는) 이전 판결은 꽤 오래전 판결인데 과거에도 법조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사실이 시대변화에 따라 바로잡아진 것이고 시대에 따라 그 사회의 옳고 그른 것들도 바뀌는 만큼 판례도 바뀌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