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다’ 허위 기재 부문만 유죄 판결
재판부 “내부통제 시스템 없고 관리 게을리 해”
불완전판매 등 혐의엔 “부실징후 인식 근거無”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 펀드 판매사인 KB증권 법인이 수수료와 관련한 허위정보를 내걸고 판매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불완전·사기 판매 부분은 1심처럼 무죄로 판단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2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KB증권에 1심과 같이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KB증권이 일부 펀드를 판매하면서 판매수수료를 라임에서 받는 총수익스와프(TRS) 수수료에 가산해 우회 수취하면서 가입자에게는 판매수수료가 없다고 허위로 기재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굴지의 대형 증권사임에도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충분히 구비하지 못했고 관리도 게을리 해 범행을 방지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발생한 우회 수취액이 41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라임펀드(AI스타3호)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판매한 점 ▲기존 라임펀드 간 돌려막기에 공모한 점 ▲라임 일부 펀드의 사기적 판매에 가담한 점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라임이 우수한 자산운용사로 인식된 점, 원심 법정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라임 부실 징후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 점 등을 봤을 때, 운용사도 아닌 판매사인 KB증권의 피고인들이 부실 징후를 인식했다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부족을 인지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펀드 부실이나 부실 징후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제시한 내부 문건도 라임 판매 중단 사태 이후 사후적으로 인식해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얻은 실질적 이익이 있다고 보이지 않고 해당 펀드들이 모두 정상 지급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지위·역할·가담 정도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공모’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이날 1심처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별도로 기소된 사건에서 지난 2022년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원, 추징금 18억여원이 확정 돼 복역중이다.
KB증권과 임직원들은 지난 2019년 3월 라임의 모(母)펀드가 ‘A등급 우량사채 등에 투자한다’는 제안서 내용과 달리 무등급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속이고 167억원 상당의 자(子)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KB증권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처럼 허위 표시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