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석유화학, 재고증가율 18.5%···4사 중 유일하게 10% 초과
“악성재고 장기간 쌓이면 재고평가손실까지 발생”
공장가동률 줄이고 정기보수기간 늘려 생산량 줄여 대응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재고자산이 반년새 평균 10.2% 증가했다. 글로벌 업황악화에 더해 재고에 대한 유지·관리비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각 사는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 보수공사 기간을 늘리는 등의 노력으로 생산량을 줄여 재고 물량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 등의 재고자산은 6개월간 2.4~18.5% 증가했다. 4사의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은 6조1628억원인데, 올해 1분기에는 6조7904억원으로 늘었다.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석유화학 기업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생산량 증가에 공급과잉이 나타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제품 가격하락은 물론 시장 수요를 공급량이 넘어서면서 창고에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구매한 원재료 및 판매를 위해 생산한 제품 등의 가치다.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예측해 수요에 맞는 원재료 구매 및 제품 생산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핵심 수행 과제다.
단, 국내 석유화학업계처럼 재고자산이 늘어났다는 것은 시장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글로벌 수요악화 및 업황불안으로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 조정도 실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제품 수요가 줄고 있어 재고가 쌓이며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며 “장기간 제품은 물론 원재료까지 창고에 장기간 쌓이게 되면 시세 변동에 따라 재고평가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4사 중 반년새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이다. 지난해 3분기 2조215억원이던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2조3955억원으로 18.5% 증가했다. 이 기간 10%가 넘는 재고자산 증가율을 보인 기업은 LG화학뿐이다.
이 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3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 1440억원에 이어 손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구입한 원·부재료를 소진하기 위해 수요보다 많은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을 가동하다보니 재고가 계속 쌓이는 등의 어려움이 발생해서다.
LG화학은 공장 가동률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낮춰 재고 발생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요 생산라인 보수 기간도 예년보다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거점이 정기 보수 기간에 돌입하면 공장 가동은 중단된다. 가동률 조정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재고를 줄일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재고자산을 줄이기 위해 정기 보수 공사 기간을 늘려왔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2022년 9~12월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정기보수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60일로 조정한 바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악성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공장가동률을 2022년 81.4%에서 75.9%로 낮춰 생산량을 조정했다”며 “올해 역시 재고자산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3분기 2조688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8904억원으로 7.5% 증가했다. 4사중 보유한 재고는 가장 많지만 가동률 조정 등의 노력으로 증가율은 LG화학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4.7%, 금호석유화학은 2.4% 많아졌다.
한화솔루션 및 금호석유화학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경쟁사보다 우수한 예측력으로 재고자산 증가율을 낮췄다. 수요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기반해 원자재 구입량을 줄이고 가동률을 조정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