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대표, 중앙회 임원들에게 금품 수수 혐의
변호인 “중앙회 회장은 신용업무 안 해”
검찰 “경험칙상 직무 관련성 인식 충분”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자산운용사 대표와 새마을금고 중앙회 임원 등으로부터 총 2억58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박차훈 전 회장이 직무상 관련성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중앙회 회장의 업무는 ‘금융회사의 신용과 관련된 업무’가 아니라서 특경법상 수재 등 혐의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특경법은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 또는 약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22일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최은정·이예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1억2200만원의 수재 혐의에 대해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분은 금융과 관련한 부분으로 한정해서 보아야 한다”면서 “피고인은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일 뿐이지 신용업무는 하지 않았다. 법률에서 말하는 직무가 금융 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직무에 적용되는지 기본적인 법률적 의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1심은 공여자의 진술 상당 부분을 믿지 못하겠다면서도 (유죄로 인정한 1억원 수재 혐의 관련) 한쪽은 ‘허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는 등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면서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라고 밝혔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명백히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점에서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 전체에 유죄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1심은 변호사비 대납 관련 5000만원 수수 혐의, 중앙회 상근이사들로부터 조직관리비 명목의 상납금 7800만원 수수 혐의,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 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변호사비 대납 수수와 조직관리비 명목의 상납금 수수 혐의는 경험칙상 직무 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함에도 무죄를 선고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존재한다”면서 “압수한 황금도장은 적법한 압수물임이 명백하고, 설령 황금도장이 위법 수집된 증거물이라 하더라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은 그 황금도장을 기반으로 수집된 것이 아니어서 인과관계가 단절된다. 관련자들의 진술 및 관련 자료 등으로 (황금도장 수수 관련) 충분히 공소사실이 입증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형부당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금융기관의 사회적 신뢰가 심각하게 저해됐고, 이 사건 범행은 실제로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공정한 직무집행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피고인이 이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사적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한 점,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가볍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사비 대납과 황금도장 수수 혐의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검찰에 석명을 요구했다. 피고인 측에는 박 전 회장이 상근이사에 포함되는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상납 혐의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조직관리비를 납부한 사실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6일에 열린다.

박 전 회장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사모펀드 출자 과정에서 투자금을 유치한 유영석 아이스텀파트너스 전 대표로부터 현금 1억원과 변호사 비용 50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중앙회 상근이사들로부터 조직관리비 명목으로 7800만원을 상납받아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하고 자회사 대표에게서 800만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임명 대가로 수수한 혐의도 있다.

1심은 박 전 회장이 이 중 1억2200만원을 수수했다고 판단,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및 추징금 1억2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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