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와 제휴 통해 임베디드 보험 전략 확장
고객 확대 및 수익성 제고 기대 vs 각종 규제로 성장 한계 존재
온라인 플랫폼 통한 비대면 계약 특성상 불완전판매 가능성 높아
과다한 수수료 수취 및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 소비자보호 관련 다양한 이슈 발생 예상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의 시장가치는 2030년까지 약 7000억달러(928조원) 이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의 시장가치는 2030년까지 약 7000억달러(928조원) 이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통해 임베디드(Embedded) 보험 전략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진출 효과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고객 확대와 함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각종 규제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 다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계약으로 이뤄지는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사들, 각종 플랫폼과 제휴 맺고 임베디드 보험 상품 잇단 출시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KB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각종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임베디드 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임베디드란 '내장형'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다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일부로 내재돼 있는 것을 뜻한다. 임베디드 보험은 비보험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 구매 시 보험사의 보험상품이 내장돼 제공되는 서비스다. 

기존의 보험이 하나의 단일한 상품으로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방식이었다면 임베디드 보험은 보험회사가 상품에 제공하게 되는 부가적인 서비스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파손 보장·보증기간 연장 서비스나 여행사가 항공권을 판매할 때 여행자보험을 포함하는 형식으로 판매된다.

최근 삼성생명은 병원 예약 플랫폼 '굿닥(goodoc)'과 제휴해 임베디드 보험 '굿데이 건강서비스'를 출시했다. 가입 완료와 동시에 식중독 입원, 특정법정감염병진단 등 8가지 담보에 대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장기간은 1년이다. 굿닥에서 병원 접수나 예약을 하면 가입 동의를 거친 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또 다른 인슈어테크 기업 '오픈플랜'과 제휴를 맺고 아웃도어 액티비티 앱 '페어플레이'에서 '레저 액티비티 케어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재해로 인한 사망·장해부터 수술·입원·응급실 내원 등 다양한 사고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2일~3년까지 보험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베디드 보험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한다. KB손해보험은 기존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임베디드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이번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좋은 아이디어는 실제 타 업종 플랫폼에 탑재할 KB손해보험 임베디드 보험상품 개발에 적극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인터파크트리플과 제휴를 맺고 여행취소보험을 출시했다. 해외여행 중 발생한 사고만 보장하는 여행자보험과 달리 고객 변심에 따른 여행 취소 수수료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향후 보험업 밖 상품과 서비스에 보험을 결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권과 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한 성장성 주목하나 단기간 활성화 가능성 낮아···균형 있는 법규 개정·해석 필요

이처럼 보험사들이 잇따라 임베디드 보험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한한 성장성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모바일 앱 사용이 확산하면서 구독 등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비금융 기업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베디드 금융도 부각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의 시장가치는 지난 2021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약 7000억달러(92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명·건강 분야까지 인슈어테크 기술을 적용하면 임베디드 보험은 약 3조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도 임베디드 보험을 통해 일상생활 전반에 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데다 고객이 신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덜하다는 점에서 지금 같은 보험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상품으로 보고 있다. 각종 임베디드 보험을 통해 보험 산업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국내 현실을 고려했을 때 관련 우려도 공존한다. 글로벌 보험시장은 임베디드 시스템을 필수 요소로 삼고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과 접목시키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획기적인 시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인슈어테크사의 보험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보험업 감독규정을 이미 개정한 바 있지만 취급 가능한 상품이 제한적인 데다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시장 환경은 임베디드 보험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임베디드 보험 판매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소법에서 '6대 판매원칙' 등 소비자의 부당 가입을 막고자 규정한 조항들이 서비스 제공형 보험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인베디드 보험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임베디드 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 피해 발생시 책임소재, 과다한 수수료 수취 및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 소비자보호 관련 다양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 있는 정책과 법규 개정·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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