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다정한 동거
알록달록한 컬러로 채운 공간에서 민다정, 고욱 씨 부부는 앞으로의 더 밝은 미래를 그려간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동화적 감성으로 그려낸 집.
마음껏 색칠한 세 번째 보금자리
7년 차 유튜버이자 영상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는 민다정, 고욱 씨 부부. 결혼 이후 용인에 거주하던 부부는 최근 다정 씨의 친정과 가까운 부천으로 이사를 왔다. 부부에게는 세 번째 집이다. “이전 집도 <리빙센스>에서 소개했던 터라, 연락을 받았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이사 온 지 이제 막 4개월이 됐거든요(웃음).“ 2019년 ‘영화 같은 신혼집 인테리어’라는 타이틀로 <리빙센스>에 소개된 집은 영화 ‘카모메 식당’이 연상되는 짙은 우드 톤과 편안한 무드가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그 집으로 여러 매거진과 방송 촬영을 하며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지만, 시공 당시 꽤 큰 비용이 들었다. 이번만큼은 발품을 팔아 직접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한 부부. 턴키 업체에게는 감리를, 인테리어 업체에게는 장판과 타일, 도배, 철거를, 가구와 주방은 또 다른 업체에 맡겼다. 이미 한 번 어깨너머로 집을 수리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직접 스케치도 그리고, 시안을 짜서 업체에 보여주며 하나하나 물어보고 진행했어요.” 그렇게 완성한 집은 컬러로 가득하다. “만약 인테리어 업체에 갔다면 ‘집에 이런 컬러를 넣게 되면 금세 지겨워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거예요. 근데 저는 이전 집에서도 가구나 소품 등에 여러 컬러를 써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질리지 않더라고요. 그때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번 집에서는 컬러를 과감하게 써보기로 했죠.” 다만 한 공간에 여러 색을 넣다 보면 어수선해 보일 것 같은 우려에 방마다 메인으로 쓸 컬러를 하나씩 지정했다. 그렇게 거실은 노란색, 홈 오피스는 초록색, 화장실은 파란색, 침실에는 갈색이 부여됐다. “저는 이 집을 RGB 하우스라 불러요.” 디지털 컬러를 칭하는 RGB에서 모티프를 얻어서일까. 다정 씨의 집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나올 것만 같다.
이사 오고 삶이 전반적으로 더 쾌적하고 편안해졌어요.
함께 저녁을 먹을 때마다 얘기하는 게 있거든요? ‘
지금처럼 집 안을 화사하게 꾸미길 잘했다’고.
일하다 가끔씩 지치는 순간에 색색의
컬러들이 위안을 줘요.
일하고 즐기고 살아가는 공간
남편 고욱 씨와 함께 작은 영상 회사를 운영 중인 민다정 씨. 한때는 사무실도 구해 봤지만, 결국 집에서 일하는 게 부부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 집주인이 안방으로 쓰던 가장 넓은 공간을 홈 오피스로 꾸몄다. 부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모션데스크 책상 앞에 앉아 영상 편집에 매진한다. 최적의 업무 환경을 조성했지만, 역시 일은 일. 매 순간이 즐거울 수 없으니 책상 맞은편에는 뜨개질을 즐기는 다정 씨를 위한 취미 테이블도 설치했다. 좋아하는 만화책, 영화 드라마 포스터도 공간에 깨알같이 채웠다. 고욱 씨의 책상에도 좋아하는 만화책이 가득하다.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서로 동시에 잠드는 일이 많지 않았던 부부. 한 명이라도 편히 잠에 들었으면 하는 배려로 침실에는 침대 2개를 두었다. “쓸모 없지만 귀여운 걸 좋아 해요”라고 말하는 다정 씨는 빈티지 소품 컬렉터다. 자연스레 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그녀를 위해 수납장은 반드시 넉넉해야 했다. 냉장고가 있는 주방과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 벽에 월플렉스를 설치했다. 지금은 홈 오피스로 사용하는, 예전 안방에 있던 화장실도 창고로 바꿔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요리 담당인 다정 씨가 자주 드나드는 주방은 그녀의 취향을 100% 담아냈다. 대신 주방 공간이 협소해 다이닝 테이블은 유에프오를 닮은 조명과 함께 거실 창가 쪽에 두었다. “이 조명은 원래 층고가 더 높은 주거 공간에 주로 배치돼요. 의식하지 않으면 일어설 때 자주 머리를 박곤 하는데, 그래도 이 자리에 있으니 정말 비행접시 같지 않나요?(웃음)” 동심을 간직한 아내와, 그런 아내의 취향을 존중하는 남편. 부부는 이곳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함께 게임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같은 목표를 세우는 부부
부부에게 집은 편안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생계를 이어가는 치열한 일터. 때론 밤을 새우며 일하고 클라이언트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아 예민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집 안을 채운 화사한 컬러들이 마음을 안정시킨다. 다정 씨는 이 집으로 이사하고 삶이 더 쾌적해졌다고 느낀다. “오래된 유튜브 구독자분들이 종종 ‘이전 집이 좋았는데’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정말로 이곳에서 훨씬 더 많은 안정감을 받거든요. 이전 집은 좋아하던 일본 드라마에서 본 공간들을 본떠 만든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제 취향대로 모든 걸 채웠죠.“ 부부는 요즘 저녁을 먹으며 이 집으로 이사 오길 잘했다고 말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한다. “적어도 10년은 이사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색들이 가득한 이 공간이 마음에 들고, 홈 오피스까지 마련했으니 더 많은 일감이 들어와서 이곳에서 바쁘게 살았으면 해요.“ 그런 다정씨의 간절한 마음은 집 안 곳곳에 놓인, 운을 좋게 한다는 명태와 부엉이, 해바라기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남편 고욱 씨는 “이 공간에서 때론 티격태격하겠지만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서로가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다정씨와 고욱 씨가 바라는 건 부부의 행복이다. 늘 즐거울 수는 없을지라도. 힘든 순간 부부를 품어줄 수 있는 이 집에서 두 사람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그려나간다.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