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7010억원···경상이익 우리은행과 비슷
DB·메리츠·현대·KB도 최대 실적···장기 보장성 영업 '주효'

서울 강남 삼성화재 본점 / 사진=삼성화재
서울 강남 삼성화재 본점 / 사진=삼성화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손보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특히 삼성화재의 순이익은 대형 시중은행의 경상이익에 근접했다. 손보사들이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을 통해 보험이익을 크게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화재는 14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지배지분 기준 당기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 늘어난 7010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이다. 1분기에 대형 시중은행 실적 3위를 기록한 우리은행(79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삼성화재의 경상이익 규모가 시중은행과 거의 비슷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대급 실적의 이유는 핵심 사업인 장기보험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1분기 보험영업이익은 44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늘었다. 장기보험으로부터 비롯된 보험계약마진(CSM) 가운데 이익으로 인식한 부분이 3970억원으로 같은 기간 5.8% 늘어난 결과다. 반면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이익은 소폭 줄었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하의 영향을 받았으며, 일반보험은 해외 고액 사고로 인한 손해율이 올랐다. 

삼성화재는 향후 이익 성장 가능성도 높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CSM은 13조712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092억원 늘었다. 새로 확보한 보험 계약으로 얻은 CSM이 전년 동기 대비 30.6%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손보사 가운데 CSM이 13조를 넘은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CSM은 보험사가 장기상품 계약을 통해 향후 이익으로 인식할 규모를 추정한 값이다. 일단 부채로 인식했다가 매 분기 일정 부분씩 이익으로 반영한다. 

투자이익도 2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크게 늘었다. 채권, 대출자산 등 이자자산의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다. 이와 함께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보유한 금융자산의 평가이익도 증가했다. 이에 투자이익률도 3.65%로 전년 동기 대비 0.25%포인트 올랐다. 

DB손해보험도 1분기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1분기 당기순익이 5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급증했다. 손보사 실적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ELS 손실 직격탄을 맞은 KB국민은행(3895억원), NH농협은행(4215억원)보다 많았다. 장기보험 부문의 이익이 4484억원으로 같은 기간 28.2%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자동차·일반보험 이익도 성장했다. 자동차 보험은 사업비가 감소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942억원을 기록했다. 일반보험(203억원)은 손해율이 개선돼 45.1% 늘었다. 

CSM은 12조4000억원으로 이 역시도 삼성화재를 뒤쫒았다. 지난해 말 대비 2000억원 늘었다. 신계약 CSM이 1분기 동안 7200억원이 늘어난 덕분이다. 투자손익은 선박펀드에 발생한 특별배당과 주식형 보유자산(FVPL) 평가이익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44.9% 증가한 2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3위는 메리츠화재가 차지했다. 1분기 순익은 49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보험영업이익은 4579억원을 작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을 통해 기존 장기보험 손익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투자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한 2027억원을 기록했다.  

4위는 현대해상이다. 1분기 순익은 4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4% 급증했다. 제도변경에 따라 부채평가금액이 감소해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환입이 발생한 결과다. 다만 투자손익은 작년 1분기 부동산 관련 펀드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7.8% 크게 줄었다. 

손보 상위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적었던 KB손보도 실적이 늘었다. 1분기 순익이 292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결과 CSM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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