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탁 내 특정 성분 발암성 화학물질로 분해사실 밝혀지며 한때 퇴출
GSK가 허가 받은 이후 화이자·베링거인겔하임 거쳐 사노피서 판매
"복용 후 암 걸렸다" 글로벌 제약사 상대 소송 몇 만건 이상 제기돼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화이자가 위장약 ‘잔탁’(Zantac) 소송 해결에 나섰다.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돌파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었던 잔탁은 특정 성분이 발암성 화학물질로 분해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해당 약 복용 후 암에 걸렸다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는 8일(현지시간) 화이자가 1만건 이상의 ‘잔탁’ 소송 해결에 나섰다고 블룸버그의 보도를 인용해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이자는 잔탁 사용자가 제기한 1만 건 이상의 개인 상해 소송에 합의하고, 복수 미국 주 법원에서 소송을 해결하기로 했다. 

다만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과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다.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화이자는 해당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변인을 통해 “화이자는 신뢰할 수 있는 과학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잔탁 소송에 대해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며 “합의가 가능한 특정 사건에 대해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잔탁은 1983년 처음 승인된 위장약으로,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른 의약품이다. 1988년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을 기록하기도 했다. 잔탁은 글로벌 제약사 GSK에 의해 처음 판매되다가 이후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을 거쳐 사노피가 판매를 맡았다. 

그러나 2019년 잔탁에서 발암성 화학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일부 검출되며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몇몇 테스트 결과 잔탁의 활성 성분인 라니티딘(ranitidine)이 시간이 지나거나 열에 노출되면 NDMA로 분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잔탁의 주 성분이 시간이 지나거나 고온에 노출되면 발암 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잔탁을 시장에서 퇴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잔탁은 문제 성분인 라니티딘이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제형으로 다시 출시됐으나 이전 제품을 복용한 후 암에 걸렸다는 주장과 함께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GSK와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도 잔탁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GSK는 1983년 잔탁으로 승인을 받은 후 1997년 관련 권리를 상실했다. 이후 화이자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판매권을 보유한 후 베링거인겔하임을 거쳐 사노피가 판매를 맡았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제약사들이 라니티딘이 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았어야 했으며 소비자에게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약사들은 잔탁이 사용자들을 유해한 수준의 NDMA에 노출시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사노피는 미국에서 4000여 건의 잔탁 소송에 합의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미국 델라웨어 주 법원에서 잔탁과 관련해 약 2만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잔탁 관련 소송 합의 당시 사노피는 구체적인 조건과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사노피는 당시 합의에서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지속적인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합의한다고만 밝혔다. 또한 성명을 통해 “사노피는 처음부터 잔탁 소송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사노피가 원고 1인당 지급한 금액은 약2만5000달러로, 합의금 총액은 1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제약사들은 2022년 잔탁 관련 소송 약 5만건이 기각되면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나, 여러 건의 관련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다. GSK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몇몇 개별 원고와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지만, 몇 만건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어스파마는 ”잔탁의 역사가 더 오래된 GSK는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소송에 직면해 있다“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작년 10월 GSK는 7만9000건의 관련 소송이 미해결 상태“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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