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8개 카드사 휴면카드 1442만4000장
휴면카드 비중 평균 16.5%···전년 동기 대비 0.6%p↑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가계소비 위축
“카드 발급과정에 많은 비용 투입···휴면카드 증가 시 비용 부담 커져”

8개 전업 카드사 휴면카드 수 및 비중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8개 전업 카드사 휴면카드 수 및 비중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전업 카드사들의 휴면카드가 1년 새 200만장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면카드 규모가 나날이 늘어나면서 매몰비용 부담이 커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휴면카드는 1442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45만9000장) 대비 196만5000장 늘어난 규모다. 전분기(1403만7000장)와 비교해도 3개월 만에 38만7000장 증가했다.

공시상 휴면카드는 매 분기말로부터 이전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 수로 집계된다. 다만 신용판매 이용실적이 없더라도 카드론 등 과거 이용액에 대한 분할 상환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에는 휴면카드 집계에서 제외된다. 결국 1400만장이 넘는 신용카드들이 1년 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로 올해 1분기 218만8000장을 기록했다. 뒤이어 현대카드가 220만5000장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도 205만3000장으로 휴면카드 수가 200만장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증가 폭이 가장 큰 카드사는 BC카드로 지난해 1분기 71만2000장에서 올해 1분기 99만3000장으로 39.5% 늘었다.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158만3000장에서 192만1000장으로 21.4% 증가했으며, 현대카드는 184만장에서 220만5000장으로 19.9% 늘어나며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여타 카드사들은 증가율이 20% 미만이었으나 모두 1년 새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면서 카드사가 발급한 전체 카드 수 대비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8개 카드사의 휴면카드 비중은 평균 16.5%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수가 나날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자동 해지 규정이 변경된 영향이 크다. 이전에는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유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카드가 자동 해지됐다. 그러나 2020년 5월부터 휴면카드 자동 해지 규정이 폐지됐고 이후 해지되지 않은 카드들이 휴면카드 집계에 포함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카드 이용자들의 소비 여력이 위축된 점도 휴면카드 증가에 한몫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 1.6%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하향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면카드 증가는 이전 연도의 카드 발급 프로모션 여부 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휴면카드 증가세는 가계소비 위축으로 인한 신용카드 사용량의 상대적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 입장에서 휴면카드는 골칫거리다. 휴면카드가 늘어나면 해당 카드가 실질적인 이용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발급에 투입된 비용이 매몰비용으로 소진되고 장기적으로는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발급 비용은 3193억원으로 전년(2792억원)보다 14.3% 증가했다. 지난해 말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비중이 평균 16%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 시 5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매몰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상품은 기획 단계부터 고객에게 실물카드로 전달되기까지 발급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며 “발급된 신용카드가 휴면카드로 전환되면 결국 카드사들이 발급 단계에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서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면기간 장기화는 고객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휴면 고객을 활성 고객으로 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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