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ETF 시장 쟁탈전 격화···비슷한 상품 출시에 총보수 인하 대응
중소형사 총보수 인하 여력 작아···차별화 어려운 패시브부터 경쟁력↓ 우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출혈 경쟁이 쉽지 않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 특히 차별화가 쉽지 않은 패시브 상품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대두된다.

◇ 삼성·미래에셋운용, 연이어 총보수 인하···ETF 시장 쟁탈전 격화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연 0.0098%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이 ETF는 CD(양도성예금증서)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같은 총보수 인하를 투자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경쟁에 따른 결과라는 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CD금리 1년물 상품을 내놓았는데 이후 지난달 삼성자산운용도 CD금리 1년물과 관련된 ‘KODEX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를 0.05%의 총보수를 내세워 출시했다.

금리 추종형 ETF는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순자산총액 비중이 18% 안팎으로 크다는 점에서 쟁탈전이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전날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가 8조2221억원의 순자산총액을 기록해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가 7조3445억원으로 2위다. 만기가 더 긴 CD 1년물 ETF가 이들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수수료 경쟁은 다른 섹터에서도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리츠와 인프라주에 투자하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의 총보수를 연 0.29%에서 0.08%로 낮췄다. 이는 공교롭게도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3월 비슷한 성격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를 0.09%의 총보수로 출시하고 난 이후였다. 이 섹터의 경우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가 4414억원의 순자산총액으로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수수료 인하 전략을 꺼내든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등 ETF의 보수를 각각 연 0.05%에서 0.0099%로 대폭 낮췄다.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 추종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의 점유율이 높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 고래 싸움에 등 터질라···중소형사 패시브 ETF 괜찮을까

업계 선두 자산운용사의 ETF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형사들의 부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총보수를 낮추면서까지 출혈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캡티브마켓(계열사 내부 시장)이 작은 중소형사들은 자금 유출 걱정도 더해진다.

특히 패시브 ETF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커진다.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운용사의 주관적인 투자 판단이 개입하는 액티브 ETF에 비해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비슷한 전략의 패시브 ETF는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수수료가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기관의 경우 수수료에 더욱 민감하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SSGA)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100만달러(약 13억6810만원)를 수수료가 연 0.05%인 ETF에 40년 동안 투자할 경우 수수료가 1%일 때보다 37만달러(약 5억619만원)를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개인 퇴직 연금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으로 ETF 수수료 경쟁은 결국 중소형사의 연금 사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수 추종 패시브 ETF는 이미 대형사 위주로 굳어지며 중소형사들의 몫이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테마형 ETF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도 비슷한 상품 출시 이후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지면 중소형사들의 경쟁력이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 경쟁은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다양성과 건전성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경쟁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금리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번 보수 인하로 고금리 시기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1년물 CD ETF는 대형사 2곳만 가지고 있어 중소형 운용사와는 경쟁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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