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네트웍스 지난해 영업익 60% 급감···호황기 땅 매입, 불황에 직격탄
엠디엠·신영 분양 성공에 선방···“올해 실적 금리인하 지연·공사비 급등 변수 ”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디벨로퍼 3사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호황기 땅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몸집을 키운 DS네트웍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반년 엠디엠과 신영은 분양 실적에 힘입어 선방했다. 올해의 경우 공사비가 치솟은 데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어 업계 전체가 보릿고개를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1위 민간 부동산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469억원으로 2022년(1080억원) 보다 60% 가량 급감했다. 매출액은 7299억원으로 1년 전(1조1281억원)에 비해 34%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순이익 1114억원) 대비 크게 후퇴했다.

DS네트웍스는 엠디엠, 신영과 국내 디벨로퍼 3사로 꼽힌다. 2001년 대구 침산동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시작으로 2011년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개발, 인천 송도 랜드마크시티, 서울 마곡지구 등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몸집을 키웠다. 2020년 두산건설, 이듬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2021년엔 신규 부지 매입에 1조원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며 부진을 면치 못한 모양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 부문 계열사인 DSN인베스트먼트와 DS네트웍스자산운용을 모두 매각했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중단된 상태다.

/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반면 부동산 디벨로퍼 1세대 통하는 엠디엠은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4741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148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말 8815억원으로 1년 전(131억원)에 비해 67배 이상 급증했다. 창업주인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이 엠디엠을 창업한 1998년 4월 이래 역대 최대 성적이다. 지난해 용인 기흥구 옛 서울우유 부지를 개발한 ‘e편한세상 구성역 플랫폼시티’가 분양에 나서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공급한 ‘파주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도 실적 성장에 한몫했다.

엠디엠과 엠디엠그룹 내 핵심 부동산 개발 계열사로 꼽히는 엠디엠플러스는 비교적 실적이 주춤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4371억원으로 직전년도(4307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22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1320억원)에 비해 30% 줄었다. 이에 따라 엠디엠플러스는 2016년을 기점으로 유지해 온 부동산 개발 사업의 왕좌 자리를 엠디엠에 내주게 됐다. 두 회사는 엠디엠그룹으로 묶이지만 엠디엠은 문 회장 부부가 지분 100%를 가진 법인이고, 엠디엠플러스는 문 회장과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영도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신영의 별도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2615억만원, 영업이익은 1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859억원)보다 204.83%나 급증했고 영업익익은 손실(-210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443억원에서 442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대된 건 ‘한효주 아파트’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한 ‘브라이튼N40’이 분양에 성공한 덕분이다. 브라이튼은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 주도 아래 그룹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다. 앞서 브라이튼 여의도와 브라이튼 한남을 선보였다. 신영은 올해 개발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신영플러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신영플러스는 정 회장의 아들인 정무경 이사가 지분 48%를 보유한 곳이다.

업계에선 부동산 호황기에 공격적인 사업을 펼쳤던 시행사들이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벨로퍼들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데 대출 이자가 올라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실적 선방을 한 시행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엠디엠의 경우 2022년 분양미수금이 없었는데 지난해 1797억원을 기록했다. 미수금은 건설사가 공사나 분양을 진행하고도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자금을 말한다. 자금 회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회수가 지연되면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땅은 사뒀는데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일정이 늘어질수록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시행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