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은행권서 주담대 금리 가장 낮아
가계대출 1.6조 '급증'···시중은행 전환 전략
타 은행과 달리 NIM↓···수익성 악화 우려

대구 옥산로 DGB대구은행 본점 / 사진=DGB대구은행 
대구 옥산로 DGB대구은행 본점 / 사진=DGB대구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올인'했다. 사실상 1분기 내내 대출금리를 인터넷은행보다 낮은 은행권 최저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대구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은행이 새로 내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3.66%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에도 신규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3.61%로 가장 낮았다. 1월엔 BNK경남은행과 카카오·케이뱅크(3.7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3.78%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내내 가장 공격적으로 주담대 영업을 펼친 셈이다. 최근 주담대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곳은 인터넷은행이다. 인터넷은행 지난해부터 주담대 금리를 낮게 설정하면서 대형 시중은행을 제치고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자 대형 시중은행은 지난달에 주담대 금리를 3% 후반 혹은 4% 초반대로 크게 끌어내렸다. 하나은행은 연 3.71%로 인터넷은행보다 낮았다. 

대구은행은 주담대 확대에 전력을 다한 결과 개인부문 대출자산을 대거 늘리는데 성공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주담대 대출 잔액은 11조8033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1조2522억원(12%) 급증했다. 그 결과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약 1조6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이 둔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1분기 동안 가계대출 잔액이 약 57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료=은행연합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은행연합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구은행이 주담대를 늘리는데 집중하는 이유는 시중은행 전환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을 냈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올 상반기 안에 인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과 대형 시중은행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련한 전략이다. 

대구은행은 전국구 은행으로 바뀌면 그에 걸맞는 성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구은행이 주력으로 삼았던 중소기업 대출을 계속 늘리기엔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크다. 반면 주담대는 중소기업 대출보다 부실화될 가능성이 작고 대손충당금 부담이 적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리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구나 대구은행은 자본 사정이 빠듯하기에 자본 부담이 덜한 주담대로 대출자산 확대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은행의 3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3.51%를 기록했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도 경남은행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구은행은 자본비율 하락 효과가 덜한 주담대를 핵심 사업을 선정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의 평균은 15.2%로 중소기업(45.5%)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주담대 확대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의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 3월 말 기준 36.8%다. 대형 시중은행이 50% 정도이기에 대구은행은 아직 늘릴 수 있는 여지가 큰크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이러한 전략은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대출금리를 유지한 여파로 대구은행의 1분기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은 2.02%로 직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시장금리가 상승해 시중은행들은 NIM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카카오뱅크의 NIM(2.18%)은 0.18%포인트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를 내려 대출규모를 크게 늘리면 이익도 늘어나지만 만일 대출잔액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면서 "특히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인터넷은행들이 계속 공격적으로 영업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앞으로 경쟁은 계속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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