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중도금 무이자 등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분양업계가 고금리·고분양가로 인한 지방 분양시장의 장기 침체화 조짐에 대응에 나섰다.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물량을 털어내고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판단하에 분양 시점에서 각종 금융혜택을 내걸고 물량 해소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3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다. 지난 2월보다 0.1%(90가구) 늘어난 수준이자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방 미분양이 5만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5%를 차지한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인 것이 문제로 꼽힌다.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기준 1만2194가구로, 한 달 새 2.8%(327가구) 늘어나며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으로 남은 주택이 꾸준히 늘면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분양가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563만3000원으로 전월 대비 4.9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24%나 급등한 수준이자,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세다.
분양가 급등의 원인으로는 공사비 상승세 장기화가 꼽힌다. 지난달 신규 분양 물량(4737가구)이 청약제도 개편 과정에서 전월보다 75%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사비 상승세가 심상찮다. 건설공사비지수 상승폭은 2021년 말 14%대에서 1월 2.5%까지 둔화됐지만 업계에는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금리도 큰 부담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9개월 연속 3.5%로 유지 중이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져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가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금융 지원에 나섰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춰 미분양 소진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일례로 파주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본청약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 수준으로 낮추고, 중도금 이자 지원 혜택을 제공해 전 세대 주인을 찾은 바 있다.
롯데건설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 275-3번지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광명 9R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장에서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실시한다.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용 39·49㎡ 타입의 경우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도 적용한다. 단지는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도보로 접근 가능하며 광명사거리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은 GTX-D 노선이 예정돼 있다. 청약 일정은 오는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8일 1순위, 9일 2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된다.
대우건설은 강원도 원주 푸르지오 더 센트럴(원동 다박골 주택재개발) 미분양 물량 소진 과정에서 계약금 5%, 1차 500만원 정액제를 제공한다. 원주기업도시를 제외한 원도심에서는 유일무이한 1500가구 이상 단지로 조성되며, 타입별로 안방 드레스룸, 팬트리, 알파룸 등 넉넉한 수납공간이 적용된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반경 300m 내에 일산초 병설유치원, 일산초교가 위치해 있어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3단지에서 공급하는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남고속도로로 직결되는 서광주IC를 비롯해 국도1호선(북문대로), 하서로, 서강로 등과 인접해 광주 시내는 물론 광역 이동이 용이하다. 또한 단지 바로 앞에 경양초와 운암중이 있는 학세권이며, 단지와 연접한 운암도서관을 비롯해 운암동 학원가 등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단지 앞에 도보로 이용 가능한 상권이 조성돼 있고, 이마트 광주점, 신세계백화점,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운암한국병원, 광주현대병원 등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동문건설도 평택시 화양지구 6-2블록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에서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한동안 분양시장에서 금융 지원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2월 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데다 금융사에서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분양가 인상이 맞물리며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약 시장에선 금융 혜택 등이 당분간 추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