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0% 돌파, 1년 8개월 만
나인원한남 93억 낙찰, 역대 최고가 갈아치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90%를 돌파했다. 최근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가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매에도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85.9%)보다 5% 포인트 가량 상승한 90.8%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건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3월 34.9%보다 높은 47.1%를 기록했다. 2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다. 올해 들어 낙찰률은 1월 37.7%, 2월 34.9%에 그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3월부터 매매 거래가 늘고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호가가 오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고가나 강남권 단지가 인기다. 낙찰가격이 감정가를 훌쩍 넘는 고가 낙찰이 속출했다. 낙찰된 물건 136건 중 27건이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다. 16건은 유찰 없이 1회차에서 주인을 찾았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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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가주택 ‘나인원한남’은 역대 최고 낙찰가를 갈아치웠다. 전용면적 207㎡ 물건이 경매로 나왔는데 감정가(78억5000만원) 훌쩍 넘은 93억6900만원(낙찰가율 119.35%)에 낙찰됐다. 이전 최고 낙찰가인 201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 낙찰가 83억7508만원 기록을 깬 것이다. 이번 물건은 5명이 경쟁해 2위의 응찰금액이 90억6000만원, 3위는 90억원으로 1∼3위가 90억원이 넘는 응찰가를 써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매 감정이 지난해 2월에 이뤄져 현 시세보다 낮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올해 2월 매매가격이 98억3000만∼99억5000만원으로 낙찰가가 시세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4건은 1회차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60㎡은 감정가(16억원)보다 2억원 이상 비싼 18억3500만원에 낙찰됐다.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를 경매로 취득한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도 낙찰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이달에는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도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강남 지역 주요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은 60~70%대에 그치는 등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59㎡는 감정가(6억3600만원)보다 낮은 4억3800만원(낙찰가율 68.8%)에 낙찰됐다. 도봉구 방학동 ‘극동’ 전용 84㎡도 4억2111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 71.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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