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JW중외제약·고바이오랩 파이프라인 반환돼
반환 주 이유는 업계 자금상황·내부 사업 전략 변경 등
'임상 실패' 로 반환된 파이프라인은 다른 적응증 탐색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최근 기술 수출 계약 후 파이프라인이 반환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반환의 주 이유로는 업계 상황, 기업 내부 사업전략 변화 등이 꼽힌다. 업계 사정에 따라 반환된 파이프라인의 향후 행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 JW중외제약, 고바이오랩 등의 파이프라인이 기술수출 후 반환됐다. 각사는 반환된 파이프라인에 대해 적응증 변경, 공동 연구 추진 등 다각도의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메티스테라퓨틱스(METiS Therapeutics, 이하 메티스)에 기술이전한 인산화효소(키나아제) 저해물질의 독점실시권을 반환받았다. 이번 권리 반환은 메티스 사의 경영 환경, 개발전략 변경 등으로 인한 것이다. 

앞서 2022년 9월 보로노이는 폐암, 흑색종, 대장암 등 고형암 치료를 위한 경구용 키나아제 저해 물질인 해당 파이프라인을 메티스에 기술이전 했다. 계약 당시 해당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도출 전 단계였다. 계약 총 규모는 4억8220만 달러, 반환의무없는 계약금(업프론트)은 170만달러다. 

해당 물질의 향후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후보물질 도출 전인 워낙 초기 단계 물질이다”며 “개발 데이터 등을 검토한 후 향후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파이프라인의 반환과 보로노이의 향후 계획 검토 결정은 현재 바이오 업계가 파이프라인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초기 단계 물질로 몇 년이 걸릴 것이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비상장 바이오 기업 역시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며 “임상 후기 단계로 상업화가 머지 않았거나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을 갖는 파이프라인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진도를 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표=정승아 디자이너

 

JW중외제약은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LEO Pharma)로부터 반환받은 아토피 피부염 신약후보물질 ‘JW1601(이주포란트)’의 다른 적응증을 탐색하고 있다. 

앞서 2018년 8월 JW중외제약은 JW1601에 대해 레오파마와 총 계약규모 4억200만달러, 업프론트 1700만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레오파마가 진행한 아토피 피부염 글로벌 임상 2a/b상 초기 주요 결과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해당 파이프라인은 JW중외제약에 반환됐다. 

JW중외제약은 그간 확보해 온 중개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적응증을 검토 중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해당 파이프라인은 히스타민 네 번째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라며 “반환되기 이전부터 해당 작용기전을 활용해 다른 질환 치료제로 게속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써의 효과는 평가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확보된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 결과를 토대로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임상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지 특정해서 밝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전문기업 고바이오랩은 한국콜마홀딩스로부터 ‘KBL382, KBL1027’등 2종의 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임상 개발, 허가, 상업화 권리를 반환받았다.계약 당시 파이프라인은 임상 전 단계로, 총 계약규모는 1840억원이고 업프론트는 20억원이다. 

파이프라인 반환은 양사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결과다. 한국콜마홀딩스의 내부 사업전략 변경과 해당 파이프라인의 시장 잠재력 등으로 신속한 개발을 추진하려는 고바이오랩의 의사가 모두 반영됐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진도가 빠르지 않아 개발을 직접 진행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국콜마홀딩스가 추가 진행한 비임상 연구 및 생산개발 관련 자료에 대한 모든 권리를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다 반환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바이오랩은 해당 파이프라인의 자체 임상 개발, 파트너링 등을 진행하며 사업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해당 파이프라인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한 상태는 아니다. 그는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를 공동 연구, 기술이전 등 여러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파이프라인 반환에 대해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각사의 개발 전략 변경, 파이프라인 축소 등의 이뤄진 영향”이라며 “파이프라인 정리는 빅파마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바이오 벤처의 경우 향후 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환이나 파이프라인 정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유지하며 비용만 소요하는 것보다, 필요할 땐 정리와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바이오 벤처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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