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AI·미디어 회사 3대 핵심사업으로 추진
스카이TV·스튜디오지니 간 실적불균형 논란에 “밸런싱보다 효율화”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미디어 사업을 통신, 인공지능(AI)과 함께 회사의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콘텐츠 기획부터 투자, 제작,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의 AI 전환(AX)를 추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 목표로 제시한 ‘2025년 KT그룹 미디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29일 KT는 스카이TV, KT스튜디오지니와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KT그룹 미디어데이’를 열고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성과 및 향후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 김호상 스카이TV 대표,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 서인욱 지니뮤직 대표, 밀리의서재 대표, 박도사 알티미디어 대표 등 KT그룹의 미디어 사업 관련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 콘텐츠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AI 기술 접목
KT는 미디어에 특화된 KT만의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투자·제작·마케팅·관제 등 미디어 사업 전반의 AX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T는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종합 미디어 솔루션’인 '매직플랫폼'을 발표했다. KT는 매직플랫폼을 활용해 선보인 첫 서비스는 ‘AI 오브제북’이다. AI 오브제북은 밀리의서재 전자책에서 AI로 핵심 키워드를 추출한 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에서 더빙 목소리를 합성하고 지니뮤직이 생성형 AI로 제작한 배경음악을 입혀서 완성한다. AI 오브제북은 밀리의서재 뿐만 아니라, 다음달 중 지니TV를 통해서 큰 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매직플랫폼은 고객 맞춤형 기능도 제공한다. AI로 특정 인물이나 노래, 춤추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을 하반기 내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AI 인프라가 없는 다른 사업자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형태로 제작하고, 특정 기능은 API 솔루션 형태로 제공해 맞춤 서비스를 지원한다. 예컨대 ‘나는 솔로’ VOD를 시청할 때 ‘옥순이만’을 선택하면 해당 회차에서 ‘옥순’이만 나오는 장면이 화면 하단에 썸네일(축소판 미리보기)로 노출돼 해당 장면을 골라 볼 수 있다.
아울러 하반기 중에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며, 다 알아서’라는 특장점을 담은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도 공개한다.
◇ KT, 지난해 제시한 ‘5조원’ 매출 목표 유지
KT는 올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극대화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예능 제작은 스카이TV가 주도하고, 드라마는 KT스튜디오지니가 담당하는 K-콘텐츠 양 날개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먼저 스카이TV는 올해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나는솔로, 사랑은 계속된다 시즌2’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 12편을 방영할 예정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지속 강화해 다양한 형태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IP의 해외 현지화를 위해 KT스튜디오지니는 대만 제작사 스튜디오76 오리지널 프로덕션스, 스트롱 프로덕션스, 방송사 갈라 텔레비전과 2022년 방영된 ‘굿잡’ 리메이크 공동제작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방영된 ‘유괴의 날’ 또한 함부르크 프로덕션 그룹과 계약을 맺었고, ‘악인전기’는 독일, 몽골 제작사들과 리메이크를 논의 중이다. 일본에서는 웹툰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제시한 ‘2025년까지 KT그룹 미디어 매출 5조원 돌파’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단 방침이다. KT그룹 미디어 가입자는 1300만 가구에 달하며 작년 기준 그룹사의 순수 콘텐츠 매출은 총 6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는 “미디어 사업은 통신 그리고 AI와 함께 KT의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KT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추적인 사업이다”며 “KT는 그룹 시너지에 기반을 둔 미디어 밸류체인 위에 독보적인 ‘AI 기술력’을 더해 앞으로도 시장을 리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KT는 콘텐츠 계열사 간 실적 불균형과 관련해서 “밸런싱보다는 효율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KT스튜디오지니는 실적이 우상향하는 반면 KT 손자회사인 스카이TV는 지난해 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카이TV가 KT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방영권을 사들이는 구조인 탓에 이른바 ‘히트작’ 여부와 관계없이 KT스튜디오지니가 득을 보는 것이란 게 KT 안팎의 지적이다.
김호상 스카이TV 대표는 “현재 콘텐츠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었고, 톱채널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대가 됐다. 이 와중에 제작비 투자를 아낀다면 더 미래가 없기 때문에 톱7 채널로 진입하는 게 목표라 투자비를 아끼지 않은 것”이라며 “CJENM이 tvN을 키우려 10년간 투자한 것처럼 KT그룹도 미디어의 가치를 알고 투자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 전무도 “그룹사 간 형평성 문제, 직원들의 불만이 있는데, 작년 예상한 것보다 제작비가 많이 늘었고 광고 시장이 어려워져 밸런싱 문제가 있었다”며 “지속적 투자 의지를 보이면서 밸런싱 보다는 효율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