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신, 완성차 판매사업 부진에 영업손실 급증
명신산업, 신용장 개설 방식으로 자금 지원
엠에스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 이유 ‘주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자동차 차체부품 전문 기업인 명신산업이 신용장 개설(L/C Open) 방식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계열사 명신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에서 지원을 의결할 당시 현행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시사저널e 취재 결과, 최근 엠에스오토텍 자회사 명신의 완성차 판매사업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지난해 명신의 영업손실은 약 375억원으로 1년 전(약 –132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180% 가량 늘어났다.
명신의 사업 부진은 지난 2019년 한국GM 군산공장 인수 뒤 계획했던 완성차 위탁 생산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이 차질을 빚은 탓으로 분석된다. 엠에스오토텍은 인수 당시 OEM 방식으로 2021년부터 연간 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2025년엔 연간 15만대까지 양산한단 계획을 밝혔다. 이후 여러 완성차 기업과 접촉을 시도하며 생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첫 파트너였던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톤이 갑자기 파산절차에 돌입했고,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인 패러데이퓨처와의 계약도 삐걱거리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생산을 맡기려는 기업들이 물량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명신은 중국 전기 완성차 수입 판매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높은 원가구조도 리스크로 꼽힌다. A/S 등 이유로 소비자의 중소브랜드 선호도가 낮고, 보조금 정책 변경은 구매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인건비와 간접비도 높아 원가구조가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란 진단이다.
이에 명신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관계사이자 독립적 상장사인 명신산업은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고 ‘농협은행 일람불수입 L/C 약정의 건’을 의결한 뒤 해외에서 차량 수입을 대신해 줬다. 명신산업은 현대차, 기아 및 테슬라 등의 차체 부품회사이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당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1명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직원들인 사내이사들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원한 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1550대분, 약 37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한 자금 지원으로 수입한 물량 1550대 중 현재까지 판매한 물량은 800대 중후반선이고, 미판매 차량 600대 이상은 지금도 재고로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신산업의 자금 지원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회사 부담이 가중된 부분을 두고는 배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배임은 타인 사무를 처리하는 자(회사 임직원)가 본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대법원 판례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란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타업체에 자금 대여를 진행하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합리적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대여해 줬다면 배임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
자금 지원을 받은 명신은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신용도 또한 낮단 평가를 받는다. 현재 엠에스오토텍 및 명신의 신용등급은 제1금융권 추가대출이 안돼 제2금융권이나 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자금지원 주체인 명신산업 입장에선 신용장 개설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을 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지원을 이사회에서 의결했을 때 이사나 이러한 사안을 지시한 오너는 처벌받을 수 있다”며 “배임죄를 인식한 사람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명신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표결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회사에 불이익이 가거나 위법 소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란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명신산업은 대출이자와 L/C 수수료까지 내면서도 예금이자보다 못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일반 상거래 기준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룹이 독립된 기업간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지 못한 게 아니냔 비판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명신산업의 자금지원을 두고 상장회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자금지원) 금지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상장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게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명신산업과 명신이 속한 MS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MS그룹은 두 회사 외에 엠에스오토텍, 심원, 심원테크, MSB(엠에스오토텍 브라질법인)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심원은 소수 오너 및 친인척이 대주주인 사실상 최상위 주식보유회사, 엠에스오토텍은 현대차, 기아차 중심의 차체 부품업체로 명신의 모회사이다. 심원테크는 미국 및 중국 현지공장을 통해 테슬라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엠에스오토텍과 대주주 소유의 심원을 합병하고 명신의 아산사업부문을 명신산업으로 매각한 것에 이어 엠에스오토텍 경주사업부문, 엠에스오토텍 브라질법인을 상장사인 명신산업에 영업양수도 형태로 넘기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그룹은 다음달 중 지배구조 조정을 마무리 할 것으로 알려졌다.
MS그룹의 지배구조 조정은 부품사업, 완성차 사업 등 그룹내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명신의 자동차 판매사업 악화도 하나의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식통은 “완성차 자동차 판매사업으로 인해 현대차, 기아로부터 발주 중단이 예고된 상황에서 그 영향이 올해 상반기 중 현실화할 텐데 이를 거래소와 주주들에게 숨기고 진행하는 건 불합리한 양수도”라며 “단기목적과 이익은 심원이 갖게 하고 위험은 명신산업으로 전가해 결과적으로 명신산업의 성장가치를 믿고 투자한 많은 주주 개개인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명신산업으로 넘길 계획인 엠에스오토텍 경주사업부문과 엠에스오토텍 브라질법인은 그룹 내 우량기업이라고 보기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시사저널e는 명신산업 측에 농협은행 일람불수입 L/C 약정을 추진한 이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는 이유 등을 질의했으나, 전날 오후까지 회사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