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운송실적 전년比 두 자릿수 상승
항공사 수익성은 하락···“신사업 등 차별화 필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항공산업이 지난해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항공운송실적은 여객 3672만명, 화물 111만톤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2973만명, 97만톤에 비해 23.5%, 14.0%씩 증가했다.
수송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항공사들의 영업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 분기 대한항공은 매출액 4조3000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 전망도 밝다.
이는 지난해 5월 한국 정부의 엔데믹 선언 후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린 결과다. 내달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관심’으로 한 단계 더 낮출 것으로 예정됨에 따라 항공산업이 코로나19로부터 받는 영향은 온전히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항공사 수익성 하락···“편중된 경쟁은 발전 저해”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여객 중심의 수익 구조가 중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인구, 국토의 규모 측면에서 우위인 해외 일부 국가에 비해 작은 항공 시장을 가지고 있는 데다 한정된 슬롯을 국내외 항공사들끼리 나눠 가지면 실적을 증대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들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대비 하락하고 당기순이익도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객 수가 늘었지만 유가, 환율 등 업계 내 일반적인 대외 변수에 실적이 크게 좌우될 뿐 아니라 실적 증가세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운송사업에 치우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국내 항공업계에 형성된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항공산업 기업 200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도심항공교통(UAM), 미래항공교통(AAM),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등 신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 응답의 비율이 50~60%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하나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응답 비율이 93.4%를 기록했다. 신사업 추진 애로사항으로 ‘자금 부족’(26.3%), ‘인력 부족’(12.3%) 등 미비한 여건을 언급했다. 정해진 시장 규모 안에서 기존 사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 확보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업계 진단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한국 항공시장의 경쟁 수준은 종합적으로 높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편중된 경쟁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회복을 넘어 산업 전체의 강건성과 경쟁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한국형 UAM 공동 실증 성공
민간 기업 중에서는 가장 큰 자금 여력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신사업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5주간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현대자동차, KT,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함께 한국형 UAM(K-UAM) 1단계 실증에 성공한 것이 대표 사례다. 참가 주체들은 UAM, 운용시스템, 통신망 등을 연동해 모빌리티 서비스 상용화에 필요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검증했다.
정부는 우선 다시 활짝 열린 하늘길에서 여객 수송 실적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이 일환으로 지난 3월 7일 인천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글로벌 톱5 항공강국, 2030년 국제여객 1억3000만명이라는 항공산업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항공 자유화 협정을 현재 50개국에서 2030년 70개국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아시아 노선 운수권 확대, 공항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한다.
신사업도 밀어붙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인천에서 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산·학 관계자들과 만나 항공산업 신성장 분야에 대한 비전, 전략을 공유했다. 현장에서 다뤄진 신성장 분야는 항공정비(MRO), 드론, 스마트공항, 항공금융 등 크게 네가지다.
이 중 정부가 가장 주목하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항공정비산업(MRO)의 목표를 구체화한 상황이다. 일자리 5000여개 창출, 향후 10년간 10조 규모의 생산 유발효과 창출 등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내 항공산업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는 항공 여객 산업과 큰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성장이 필수”라며 “글로벌 항공강국 도약을 위해 신산업 분야 과제 발굴 및 필요한 지원과 소통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