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손실 배상액 포함된 1분기 금융지주 실적 발표
KB금융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91억원···전년比 30.5% 감소
배상액 규모 따라 지주사 실적 순위 변동 불가피···신한금융, 리딩금융 탈환 전망
홍콩ELS 배상·환차손익 등 일회성 비용과 이슈 제외하면 성장세 자체 양호 의견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에는 부진할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과 환차손익이 전체 금융지주 실적에 타격을 주면서 리딩금융을 둘러싼 경쟁 구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회성 비용과 이슈를 제외하면 성장세 자체는 양호하다는 의견도 있어 2분기 이후에는 견조한 개선세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한 수치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ELS 관련 고객 보상 비용(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하면서 영업외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95억원으로 ELS 손실보상(8620억원) 관련 영향으로 영업외손실이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9315억원) 대비 58.2%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대규모 ELS 투자 손실의 배상 영향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배상액 규모에 따라 지주사 실적 순위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ELS 배상액이 큰 KB금융지주의 경우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금융지주 내 리딩금융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지난해 리딩금융 자리를 꿰찬 KB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에 1등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것이다.
오는 26일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237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 3880억원)와 비교해 10.8% 줄어든 수준이지만 KB금융지주를 약 2000억원 차이로 앞서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날 실적 발표 계획인 하나금융지주는 9062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022억원)보다 17.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9137억원)보다 10.5% 감소한 81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의 실적 부진 주요 원인으로는 핵심 자회사인 은행 ELS 손실 배상 여파가 크다. KB금융지주는 홍콩 ELS 판매 잔액이 7조6695억원으로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중 올해 위험요소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신증권도 올해 1분기 홍콩ELS 손실 배상액으로 KB금융지주 8630억원, 신한금융지주 2670억원, 하나금융지주 2360억원, 우리금융지주 46억원이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도 부담 요소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들이 발행한 외화 사채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금리가 고정돼 있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했을 때 지급해야 할 액수가 더 크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 넘게 오르면서 은행권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는 외화 사채 외에도 외화 대출, 통화 파생 상품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화 자산 역시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금액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금융지주사들은 약 20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1분기 외화 자산 규모에 따라 200억원에서 많게는 800억원까지 외화환산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환산손익은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홍콩ELS 배상이나 환차손익 등 일회성 비용과 이슈를 제외하면 주요 금융지주의 영업이익 성장세는 양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출 성장세와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순이자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금융지주의 경우에도 1분기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3조151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순이자마진은 2.11%로 카드 조달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은행 저원가성 예금 증가와 정기예금 등 예부적금 비용률 하락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3bp 상승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 수준으로 견조한 이익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ELS 자율배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외에는 일회성 요인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은행의 1분기 실적은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이미 낮아진 컨센서스를 다소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