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 상용 플랫폼 ST1 출시···고객 입맛에 맞춰 차량 변화
낮은 전고·지상고로 화물 적재에 최적화···300㎞ 주행거리에 20분 완충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방향의 전기 비즈니스용 플랫폼 ‘ST1’을 선보인다. ST1은 사용자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차량으로 변화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 택배차 뿐 아니라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는 물론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 팜, 애완동물 케어 숍 등 다채로운 특장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기능도 강화하며 SDV(소프트웨어 중심차량)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3일 현대차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미디어에 ST1 실물을 첫 공개했다. 출시는 이날(24일)부터다.
정유석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ST1은 사람이 일하기 좋은 모빌리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단순 하드웨어적인 특성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바탕으로 개발한 차량이다”고 설명했다.
ST1은 크게 뼈대만 있는 샤시캡과 카고, 카고 냉동 등으로 구분된다. 샤시캡에 일반 적재함과 냉동 적재함을 탑재하면 카고와 카고 냉동차량이 되는 형태이며, 고객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가 가능하다.
이날 전시장에는 구급차, 스마트팜, 전기 자전거 충전차, 이동식 LP 바 등을 구현한 차량들을 소개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스타리아와 유사하다.
전면부는 충돌 안전에 강한 세미 보닛 타입의 디자인을 반영했으며 전면 범퍼, 측면 사이드 가니쉬, 후면 범퍼 등 긁힘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에 블랙 컬러의 프로텍터를 적용해 차량을 보호한다.
또 유선형의 루프 스포일러를 비롯해 캡과 적재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가니쉬를 장착해 공력 성능을 향상시켰다.
실내는 전자식 변속 버튼을 비롯해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전용 내비게이션 화면을 탑재했다.
적재함 측면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후면에는 트윈 스윙 도어를 적용했으며 측면과 후면 도어에 모두 전동식 잠김 시스템을 반영해 걸쇠 형태가 아닌 승용차처럼 전동으로 적재함 도어를 열고 잠글 수 있다.
특히 후면 도어는 열림 작동 시 양쪽 도어가 90도로 고정되며 고정 장치를 이용해 258도까지 열고 고정할 수 있게 만들어 짐을 싣고 나를 수 있도록 했다. 적재함 후면 하단에는 보조 발판을 추가해 사용자가 적재함을 오르내리는데 용이하게 설계했다.
◇ 주행거리 317㎞에 20분만에 완충···물류 특화용 편의사양도
배터리의 경우 76.1kWh용량을 탑재했으며 주행 거리는 카고 317㎞, 카고 냉동 298㎞다.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20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ST1 카고와 카고 냉동 최고출력은 160kW, 최대토크는 350Nm다. 전비는 카고 3.6㎞/kWh, 카고 냉동 3.4㎞/kWh다.
지하 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전고를 낮췄으며, 지상고를 일반 상용차보다 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게 설계했다. ST1 카고는 전장 5625㎜, 전폭 2015㎜, 전고 2230㎜, 적재고 495㎜다.
적재함 실내 높이는 1700㎜로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작업을 하기 편하도록 했다.
이 밖에 물류 차량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특화 사양도 채택했다.
상용차 특성상 주차 시 애로사항이 많은데 후방 충돌 경고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적용해 주차 편의성을 개선했다. 또 충돌 안전보조, 차로유지보조, 횡풍 안정제어 등 주행 편의기능도 추가했다.
반복 승하차가 잦은 배송 기사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능도 있다.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는 착좌 센서, 벨트 체결 및 도어 열림 여부 등을 차량 스스로 판단해 운전자가 시동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동을 켜고 끈다.
스마트 워크 어웨이는 운전자가 스마트 키를 소지한 후 차량에서 멀어질 때 카고 파워 슬라이딩 도어의 자동 닫힘과 잠김을 설정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 데이터 오픈 API 및 어플리케이션 탑재
하드웨어적인 부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신경 썼다.
ST1은 데이터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능을 적용해 차량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오픈 API는 고객사나 파트너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통신 수단으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프로그래밍해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사용자가 바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ST1에 적용된 데이터 오픈 API를 통해 고객사 시스템으로 실시간으로 차량 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 각종 운행 정보를 전달해 차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다양한 앱을 차량에 탑재할 수도 있다. 택배 기사들이 스마트폰이나 별도 단말기를 통해 사용하는 기능 등을 차량 내 앱을 설치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포터와 차별화 전략···수요층 충분할 것”
ST1은 적재함에 짐을 싣는다는 점에서 현대차 대표 상용 모델인 포터와 유사하지만 잠재 수요는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석 본부장은 “ST1을 개발하면서 포터와의 수요 간섭은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ST1은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으며, 포터 고객들과 차별화된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ST1은 단순 택배와 물류 뿐 아니라 확장된 비즈니스까지 가능한 모델이며, 적재공간 증대 등 하드웨어적인 부문에서 장점이 있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ST1이 나오지만 현재 포터 EV 단종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차 측은 포터 대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ST1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에게 조사를 한 결과 포터와 같은 기존 상용차는 지상고가 높아 짐을 싣고 내릴 때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 힘든 점이 많으며,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ST1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추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구매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ST1 개발단계에서 국내 주요 유통 기업들과 소통하며 요구사항 등을 차량에 반영했다.
오세훈 현대차 PBV 개발실 상무는 “ST1 프로젝트에 참여한 곳은 CJ대한통운, 컬리, 롯데 등 18개 업체이며 보완 및 개선사항 등을 반영해 차량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ST1 판매 가격은 카고 모델은 스마트 5980만원, 프리미엄 6360만원이며 카고 냉동은 스마트 6815만원, 프리미엄 719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