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金 거래 대금···KRX시장 개장 이래 최대치
金 온스 당 2400달러 넘겨···선물 가격, 이달 7% 상승
위험 헤지 수단 떠오른 金···골드바·골드뱅킹 인기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 금 거래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금 거래대금은 한 달 새 2배 이상 올랐고 금 현물 가격도 10%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1~19일 국내 금 시장의 하루 평균 금 거래대금은 169억1000만원이다. 이는 KRX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68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2.4배 수준이다.
일 평균 금 거래량은 16만895g으로 지난달 7만4137g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종목별 거래량은 금 1㎏ 현물의 경우 15만3780g, 미니 금 100g은 7115g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데다 인플레이션 영향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며 금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나 인플레이션, 통화 정책에 따른 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된다.
수요가 늘자 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KRX 금 시장에서 금 1㎏ 현물 가격은 이달 들어 10.3% 올랐으며, 미니 금 100g도 13.4% 상승했다. 지난 19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6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2406.75달러로 3월 말(2254.80달러)보다 7%가량 상승했다.
역대급 금값에 ‘금테크’에 나선 투자자도 늘었다.
은행이 파는 실물 금인 ‘골드바’ 판매 증가가 눈에 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골드바 판매금액은 53억6876만원이다. 지난달 골드바 판매금의 약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달 중순까지의 판매 속도를 고려할 때 4월 한 달간 판매금액은 지난달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투자자들도 금테크에 나섰다. 은행 예금으로 금 현물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골드뱅킹은 은행이 입금액에 해당하는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춰 금 무게로 환산해 적립하는 상품이다.
지난 16일 기준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합산 계좌 수는 25만6136좌로 지난 1월(25만2332좌)과 비교해 3804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골드뱅킹 잔액도 5718억원에서 6129억원으로 7.1%(411억원) 증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당분간 안전자산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동 정세가 불안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확전 방지 노력 속에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잦아드는 듯 했으나,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 공습을 단행하면서 다시 긴장감이 커졌다.
JP모건은 금값이 연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씨티은행은 18개월 내 온스당 3000달러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온스당 26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