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찰에 따른 유찰 거듭된 영향···강남3구도 못 피해

출혈경쟁을 최소화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찾는 사례가 강남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를 진행중인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 사진=연합뉴스
출혈경쟁을 최소화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찾는 사례가 강남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공사를 진행중인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강남3구 정비사업장이 상징성을 이유로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던 수년 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보수적인 태도로 임하면서 다수의 조합이 줄줄이 유찰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정비사업 절차 중 매 협상 과정마다 시공사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이 지난 15일까지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가락삼익맨숀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1차와 2차 모두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어 유찰되며 결국 수의계약 절차를 밟게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 한 곳만 입찰하면 유찰이고,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같은 송파구 내 잠실우성4차도 DL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한다. 해당 사업장 조합은 지난 수개월 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이미 네 차례나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자 3.3㎡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다수의 시공사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적으로 DL이앤씨 만이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조합은 사흘 전인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안건을 의결했고, 이후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거쳐 시공사로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주택시장 시황을 주도한다는 서초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잠원동 신반포12차와 신반포27차는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경쟁이 불발됨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신반포12차에는 롯데건설이, 신반포27차에는 SK에코플랜트가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었던 만큼 이들과 한 배를 탈 가능성이 높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 본사와 신반포 르엘과 함께 트라이앵글 단지화를 이룰 전략 사업지로 신반포12차 수주를 검토했다”며 “경부고속도로변에 있어서 노출 효과가 큰 이곳에 롯데건설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최고의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도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경쟁입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막판에 포스코이앤씨가 발을 빼면서 대우건설만 단독 입찰한 영향이다.

이처럼 경쟁입찰이 아닌 조합원 찬반 투표로만 진행되는 수의계약 방식은 건설사 간 경쟁이 없어 계약 조건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잦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조합으로선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도 있지만 수의계약을 해서라도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정비사업 현장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입찰공고 뜨는 곳의 70% 이상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예전에 비해 사업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데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상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며 입찰 참여 출혈경쟁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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