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일리 정원의 디자인 살롱, 매터 & 셰이프
파리 패션위크 기간 중 열리는 최초의, 그리고 단 4일간의 컬렉터블한 디자인 이벤트는 다가올 봄을 고대하는 마음처럼 새로움을 갈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파리가 한껏 더 패셔너블해지는 패션위크 기간, 튀일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 한편에 세워진 하얀색 텐트, 입구에 자유분방하게 놓인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와 솔리드네이처 SolidNature의 천연석 가구 오브제가 환한 곳은 제1회 매터 & 셰이프MATTER and SHAPE의 데뷔 에디션이다. ‘물질과 형태’라는 뜻은 박람회 전문 브랜드 WSN의 매니징 디렉터이자 럭셔리 패션 부문 전문가 마티유 피네 Matthieu Pinet가 10년 전쯤 만든 온라인 디자인 회사의 브랜드명을 따랐다. 3월 1일부터 4 일까지 진행된 행사는 갤러리와 무역박람회 사이 어딘가쯤에 자리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디자인위크가 아닌 패션위크와 협업하는 독특한 행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호주 출신의 패션 전문 기자이자 매터 & 셰이프의 아티스틱 디렉터 댄 타월리Dan Thawley는 “디자인과 패션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데, 두 영역은 점점 더 융합되며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속적인 변화를 반하며 이전에는 시도된 적이 없는 방식으로 창의적인 역을 통합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패션과 장식예술, 산업디자인, 실내디자인과 건축을 폭넓게 아우르는 이들의 포용력은 그대로 차별화 전략이 됐다. 질 샌더Jil Sander, 릭 오웬스Rick Owens, 사카이Sacai가 등장한 것도, 패션 액세서리 전용 공간인 프리미에르 클라세Première Classe가 디자인 살롱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공간 설계는 LA 기반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윌로 페론Willo Perron이 맡았다. 3000m2 규모의 임시 공간은 현대적인 프레임의 아치형 천장과 투명한 벽을 통해 풍부한 자연 채광을 끌어들이고 미니멀한 미색은 다양한 전시 품목의 이상적인 배경이 되어주었다. 자라 홈의 카페 옆에는 윌로 페론이 만든 황토색 대형 빈백인 ‘소시지’를 무심한 듯 놓아두었고, 방문객들은 그곳에 삼삼오오 앉아 코쿠닝 모멘트를 즐겼다. 위 아 오나WE ARE ONA의 팝업 레스토랑, 스페인의 인테리어 매거진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의 책으로 가득한 디자인 서점과 전시 품목을 즉시 구입할 수 있는 부티크도 발견의 즐거움을 배가했다.
첫 회를 함께한 30여 개 전시 업체 역시 시대적 취향에 부합하는 라인업이었다. 디자인, 공예, 아트, 그리고 신진 작가부터 잘 알려진 브랜드까지 균형감 있게 공존한 것. 로낭 부홀렉Ronan Bouroullec과 BD 바르셀로나BD Barcelona의 첫 협업 프로젝트로 탄생한 ‘배턴Baton’ 컬렉션은 기다란 지팡이를 닮은 화병, 촛대, 거울과 테이블 등 알찬 구성이 돋보였다. 스위스 가구 브랜드 드 세데De Sede와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핀-업 홈PIN-UP Home은 마시멜로의 달콤함을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암체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패션 브랜드 사카이와 빈티지한 우윳빛 테이블웨어로 유명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는 깨진 도자기 그릇을 되살리는 공예 기법인 킨츠키 미학을 잘 보여주었는데, 일본을 벗어나 처음으로 소개한 의미 있는 자리다. 알레시Alessi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가 1973년 고안한 ‘오브제 이 누틸레Objet Inutile’를 공개했는데, 쓸모 없는 물건이라는 유쾌한 이름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생산된 적이 없었던 한정판 조각품은 컬렉터들에게 특히 어필했다. 그뿐 아니라 요즘 글로벌 디자인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는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 브랜드 로브마이어Lobmeyr와 손잡고 맑고 다채로운 오브제를 전시했다. 시적인 감수성을 머금은 듯한 자연스러운 공예미를 추구 하는 프랑스의 가정용품 브랜드 라 로맨 에디시옹La Romaine Editions은 바다를 주제로 한 테이블웨어, 커틀러리와 의자를 통해 그만의 고유한 창작 언어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유일한 한국 참가 브랜드인, 아트 디렉팅 스튜디오 아트먼트뎁Artment.Dep은 서울을 기반으로 한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 이악 크라프트IAAC Crafts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김민재의 의자 오브제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형태와 소재의 작품들로 부스를 채웠다.
freelance editor 유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