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민주당 주도 제2양곡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
쌀값폭락시 정부 초과생산량 매입·차액 지급 근거 마련
5월 본회의 표결 추진, 다른 尹거부권 법안도 속도 전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야권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뒤 다시 발의한 양곡관리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심각한 농가 실질소득 감소에 적절한 대책이란 주장과, 시장기능을 마비시킨단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21대 국회 임기 만료전 본회의 표결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야당이 총선 압승 뒤 첫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직회부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거부권 행사 법안 재추진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가결시켰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수정해 다시 발의한 법안들이다.
농해수위 전체 위원 19명 중 민주당 의원 11명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12명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전체회의가 끝난 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여당 반대가 심했던 정부 의무개입 조항을 삭제했다”며 “이전과 똑같은 법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안은 쌀값 폭락이나 폭등 등 위기 상황시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양곡을 판매하토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농산물가격안정법안은 주요 농산물 시장가격이 직전 5년 평균 가격 등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 일부를 정부가 지급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당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부여당은 과잉생산과 쏠림현상 등 시장원리에 반한단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제2의 양곡관리법을 재발의하며 다시 입법을 추진, 안건조정위원회 가동, 직회부 의결 등을 강행하며 21대 국회 종료 전 본회의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농해수위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부의 요구를 하게 됐다”며 “정부여당은 법안심사과정에서 대안제시도 없이 무책임한 반대로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소득 감소로 농가생계가 어려운 점, 미국 등 주요선진국이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시행한단 점, 국내 지자체도 유사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재정 한계 등의 이유로 입법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농해수위 소속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농가당 연평균 농업소득은 30년 전인 1995년 1047만원에서 2022년 949만원으로 9.4% 감소했다. 그런데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56.3%나 감소했다. 농사를 지어 도저히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입법 필요성을 설명했다.
여당은 크게 반발했다. 이날 국민의힘 농해수위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의사일정과 안건에 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말았다.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보장제는 과잉생산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 시장기능을 잠식하고 오히려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많은 제도”라며 “유사한 제도인 쌀변동직불제를 2020년 민주당 정권에서 폐지했는데 이를 다시 부활하겠단 야당 속내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법안은 30일이 지난 다음달 18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이후 열리는 첫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가리게 된다. 다음달 중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시간적으로 이 때 법안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야당은 양곡법 외에 가맹사업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다른 정책 법안들도 다음달 본회의 표결에 부친단 계획이다. 총선 뒤 첫 상임위였던 이날 농해수위에서 법안 직회부를 밀어붙이면서 야권이 정부여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을 계속 추진해 대통령에게 최대한 부담을 지우겠단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