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유연근무제 도입하며 '이석 제도' 도입하려 했으나 직원 반발로 결국 도입 무산···LIG넥스원 "보완 후 재도입"
현대글로비스, 정기 보안 검사서 일부 직원 부정행위 확인 후 징계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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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은 상당 시간 자리를 비우게 될 때마다 사유를 입력해야 한다. 20분 이상 모니터의 마우스 움직임이 없으면 근태관리 프로그램이 이를 인지하게 된다. 업무 시간을 명확히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모니터링 시스템이 업종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확장되는 추세다. 정부와 정치권이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지원금 인상 방안 등을 본격 추진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근태관리를 모니터링 시스템에 맡기고 있다.

다만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방산업체 LIG넥스원도 유연근무제 도입에 앞서 현대글로비스가 시행하는 ‘이석체크 제도’를 지난 15일부터 도입하고자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유연근무제는 직원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제도다. 제택근무부터 시차출퇴근제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역시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20분간 근무자가 자리를 비우면 사유를 입력하도록 하는 방안을 사전에 공지했다. 회사 차원에서 근로자가 자리를 비우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출퇴근에 대한 명확한 시간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LIG넥스원은 해당 기록을 정기적으로 팀장에게 자동 발송하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 사이에서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반대의견이 속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회사의 근태관리 체제에 대해 “지나친 감시 체계”라며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구상한 ‘판옵티콘’(간수 한 사람이 죄수 전체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의 특성을 가진 근무제도라는 비판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보완된 근태관리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이석제도를 완전 폐기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직원이 자택에서 회사의 원격 업무 시스템을 이용,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재택근무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직원이 자택에서 회사의 원격 업무 시스템을 이용,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재택근무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기업이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게 정답일까. 유연근무제를 선제 도입한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의 모니터를 감시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직원들에게 실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을, 비 근무시간은 일과 중 업무 외 소요시간을 자발적으로 입력하도록 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 자기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제출하게 하고 있다”면서 “제도 도입 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하는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근무일지 기록을 자율에 맡기자 업무 태만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나서 직원들을 믿고 업무 결과만 받아보고 있다”면서도 “자리에 없는 직원들이 많아도 인권 침해 우려 탓에 적시에 호출할 수 없어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일부는 ‘꼼수’를 쓰는 직원들이 속출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물류·해운업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일부 직원들은 마우스를 계속 움직이면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태관리 시스템 허점을 이용해 징계를 받았다. 회사 안팎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매크로(지정된 명령을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우스를 지속 움직인 것처럼 모니터링 시스템을 속였다.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은 하루 4시간만 근무하면 월 의무근무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LIG넥스원과 달리 20분간 자리를 비워도 팀장에게 자동으로 기록이 넘어가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한 직원에 대해) 징계했고 이후 매크로 부정 이용 사례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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