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인프라 테크노플렉스·테크노돔·테크노링 운영중
기획·개발·시험 과정 유기적으로 연결 “기술혁신 바탕”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매출 기준 세계 7위(타이어프레스 집계), 연간 타이어 9700만개 생산, 완성차 브랜드 40여개의 완성차 250여종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 올해 창립 83주년을 맞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세운 기록이다. 한국타이어는 성장 비결로 본사, 연구개발(R&D), 테스트트랙 등 국내 주요 첨단 시설이 기능하는 동시에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사업의 관제탑···본사 ‘테크노플렉스’
지난 16일 오전 한국타이어 시설 중 가장 먼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 ‘테크노플렉스’를 찾았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 위로 철제 케이블과 삼각형 LCD 스크린으로 만든 덩굴, 잎사귀 같은 모양의 예술 작품 오큘러스(Oculus)가 국내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의 품격을 연상시킨다.
테크노플렉스는 국내외 곳곳에 위치한 지역본부, 해외지사, 생산시설, R&D센터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 아래, 테크노플렉스를 중심으로 미래 비전을 구상하며 상품을 기획하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7층으로 올라가니 비 갠 후 화창한 봄볕이 통유리를 통해 들어와 내부를 환히 비췄다. 1층 로비 에스컬레이터까지 내려다보이는 7층에서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임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티타임 공간을 가운데 갖춘 다리를 중심으로 양 옆에 사무공간이 조성돼 있는 층도 보였다.
곳곳에 조성된 소규모 회의공간도 개방적이고 소통하기 편하도록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테크노플렉스에 계열사 임직원 1000명이 모여 근무하며 수시로 협력해야 하는데, 이 같은 개방적인 실내 구조가 도움된다고 한다. 구성원들은 서로 직급 대신 ‘~님’,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등 지위 고하 구분 없이 사무공간에서 시시각각 뭉치고 흩어지며 힘 모으고 있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서로간 유기적인 협력을 추구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일류 제품은 일류 기술에서”···R&D 거점 ‘한국테크노돔’
같은 날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연구소 ‘한국테크노돔’으로 이동했다. 근린공원과 낮은 산, 소규모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테크노돔은 한적한 도시 외곽 지역에 위치한 예술관을 방불케 하는 외관을 갖췄다.
높은 기둥이 자동차 바퀴 휠 덮개 같은 거대 원판을 받치고 있는 듯한 형태의 한국테크노돔은 주위에 둥그렇게 고여 있는 물과 돌길과 조화를 이뤄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 이 건물은 친환경 건물 인증(LEED)을 획득했다.
지난 2016년 10월 준공된 한국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 R&D 시설의 거점으로서 현재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지에서 각각 운영 중인 연구소 4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R&D 인력 760명 이 모여 원천기술 확보, 미래 신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국테크노돔은 게이트를 통과해야만 내부에 진입할 수 있는 보안시설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80개동의 실험실이 테크노플렉스처럼 유리 벽으로 구분돼 있어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각 실험실에는 MRI, 엑스레이, 같이 생긴 장비들이 각각 배치돼 있고 연구원들이 이를 활용해 업무 수행하고 있었다.
지하 층에는 가운데 넓은 길을 두고 양옆에 식당, 체육시설, 카페, 의료시설, 도서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업무시간에 운영되는 각 공간은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지원한다. 동그란 터널 모양의 길을 지나면 한국테크노돔 바로 옆에 구축된 숙식시설(레지던스)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직원 기숙사와 직장 어린이집, 방문객 체류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타이어가 임직원의 업무 효율 향상과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한국테크노돔과 인접 시설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구본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혁신총괄(부사장)은 현장에서 “테크노돔은 기초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를 비롯해 해외 연구소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등 글로벌 R&D 기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는 혁신 기술 확보를 위해 꾸준히 투자 해온 결과 탑티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품에 숨결을 불어넣는다”···테스트트랙 ‘한국테크노링’
이어 지난 17일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제품성능 시험시설 ‘한국테크노링’을 탐방했다. 한국테크노링은 126만㎡로 축구장 125개를 합친 규모의 부지 면적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세계 3위 크기의 테스트 트랙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 5월 한국테크노링을 준공한 후 모든 타이어의 성능을 시험하며 기술력을 담금질하고 있다.
한국테크노링은 13가지 트랙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특성의 노면에서 타이어 성능을 확인할 수 있고 승용차 뿐 아니라 레이싱카, 트럭 버스 등 모든 차종의 타이어를 테스트할 수 있다. 테크노플렉스에서 기획한 상품이 한국테크노돔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통해 개발되면 한국테크노링에서 지속적인 운행 테스트를 거쳐 제품으로 완성된다.
같은 시기 출시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을 비롯한, 한국타이어 제품들도 한국테크노링에서 운영되고 있는 차량 62대를 통해 테스트되고 있다. 테스트나 고객 체험 등을 통해 차량을 한번 운행하는데 쓰인 타이어들은 수명을 다해 폐기될 정도라고 한다.
이날 아이온을 장착한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에 동승해 직선주회로, 젖은 구간, 고속주행경사로(뱅크) 등을 체험했다. 시속 200㎞를 가뿐히 넘기며 경사로를 안정적으로 주파하고, 빠르게 달리던 중 운전대(스티어링 휠)를 이리저리 젖혀도 차가 운전자 의도대로 경로를 유지하는 것을 경험하는 동안 아이온의 우수한 성능을 실감했다.
고기현 테크노링운영팀 팀장은 “한국테크노링은 고객에게 운전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한국타이어 모토에 따라 제품에 숨결을 불어넣는 곳”이라며 “한국테크노링에서 모든 제품 테스트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의 신뢰도와 연속성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장호 부사장 “인프라 통해 기술혁신 이어가겠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톱3 수준의 혁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로 완성된 인프라를 꼽는다. 한가지 시설을 구축하는데만 수천억원을 투입한 점으로 업계 주목을 끌었던 한국타이어는 기획, R&D, 시험, 양산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동해 국산 타이어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적 권위를 지닌 독일 인증기관 튜브 슈드(TŰV-SŰD)로부터 성능을 인정받고, 해외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 타이어 성능 최우수 평가를 받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이 입증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술 혁신에 지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한국타이어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부사장)은 “최첨단 인프라와 철저한 분석을 통한 미래 시장 예측, 과감한 투자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며 “우수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하이 테크놀로지 기반 혁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