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양 "밸류업 프로그램과 ISA개편 주목해야"···英·日도 ISA로 증시 활황
밸류업 의지 있는 국내 고배당주 및 관련 ETF 수요 증대에 주목할 필요성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김동양 NH투자증권 이사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된다면 영국과 일본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났던 사례처럼 국내 증시에 만연한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에 따른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이사가 예상한 수혜 종목은 밸류업 의지와 여력이 있는 자동차, 금융, 지주사 등이다.
18일 시사저널e가 주최한 2024 웰스업 투자 세미나에서 강연에 나선 김동양 NH투자증권 이사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잘 설계된 제도 및 세제 지원으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 성장전략 및 주주환원 계획 구체화, 투자자 신뢰 관계 구축 등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공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올해 1월 24일 간담회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월 26일 세부안이 발표됐고 지난달 19일에는 세법 개정안 등도 언론에 언급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서 공개한 밸류업 지원방안은 중장기 자본효율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매년 이행 현황을 종합 분석해 ‘밸류업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코리아밸류업 지수와 ETF를 개발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업들의 편입도 우대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 관련 사항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한다. 밸류업 지원방안 평가 및 개선을 위한 자문단도 구성될 예정이고 밸류업 관련 정보 조회가능한 통합페이지도 신설된다.
김 이사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 제도 및 기업, 가계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에게 아시아 국가 중 투자 매력도 하위 국가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0년대에 만들어진 규제와 복잡한 거래 절차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외환거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MSCI와 WGBI는 한국의 역외 외환시장 부재, 복잡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등을 한계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외환거래 시간 확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국채/주식통합계좌 확대 등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불신도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의 거버넌스 점수는 아시아에서 하위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견조하나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소액주주 보호가 부족한 점이 한계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주환원율 역시 낮은 편이다.
한국 가계들이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고 금융자산 비중이 작은 탓에 한국 내부의 자본공급토대가 약한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22년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존 시장을 프라임(Prime), 스탠다드(Standard), 그로쓰(Growth) 3개 시장으로 개편하고 지난해 프라임, 스탠다드 시장 상장사(3300여개)에 대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의 경우 개선 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지수 PBR이 0.2배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성공을 가르는 핵심은 개인들의 참여다. 개인의 참여를 늘릴 방안으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활성화가 꼽히고 있고 이를 위해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 확대, 세제혜택 등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ISA 계좌의 위력은 증명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영국의 ISA 계좌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09년 가입대상 인구의 24%에 달했고, 가계 자금유입에 따라 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도 GDP의 130%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일본 역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혜택이 확대된 신NISA를 올해부터 도입함으로써 가입자 수 증가, 개인 거래대금 비중 상승 등이 나타나고 있다. 신NISA는 연간 비과세 납입한도를 360만엔으로, 총 투자한도는 1800만엔으로 늘렸고 비과세 적용기간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김 이사는 한국 역시 ISA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국내 주식시장 수요 기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ISA 세제 혜택 확대로 국내 고배당주와 관련 ETF 수요가 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주주환원 측면에서 자동차, 금융, 지주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