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확·률형 아이템 조합 사양세 접어들어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신작 게임이 반짝 흥행에 그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글로벌 공략을 내세우며 장르 및 플랫폼 측면에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장기 흥행에 성공한 신작 게임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비즈니스모델(BM)에서 혁신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르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면서 유저들이 등을 돌렸단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5위권에서 올해 출시된 우리나라 게임은 단 하나도 없다. 중국 게임 3개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엔씨 ‘리니지M’과 카카오게임즈 ’오딘’이 간신히 5위권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니지M’과 ’오딘’의 출시 연도는 각각 2017년과 2021년이다. 신작 게임이 그래픽과 게임성 측면에서 진일보를 이뤘음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운 ’사전예약자 수’가 무의미해졌단 의견이다. 실제 최근 출시된 게임들을 살펴보면 100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를 기록하더라도 장기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컴투스 ’스타시드’는 출시 전 사전예약자 수가 150만명에 달했지만 현재 매출 순위는 16위에 머물렀다. 4월 초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했지만 순식간에 하락했다. 사전예약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출시 초기 구글플레이 매출 2위까지 차지했던 레드랩게임즈 ’롬’ 역시 현재는 11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강세를 보이던 대만에선 ’리니지’ 시리즈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게임의 이름을 찾기 어렵다. 게임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선 퍼즐 및 캐주얼 게임이 강세를 보여 진입장벽이 있다.
신작 대다수가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지 못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저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현재 상황이 벌어졌단 분석이다. 더불어 장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게임에 과금을 하는 대신 서비스가 안정화된 기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의 조합은 사양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의견이다. IP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게임을 굳이 플레이해보지 않아도 전개 양상이 예측 가능해졌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연내 출시 예정인 우리나라 게임들 역시 대부분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반면 정형화된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BM에서 탈피한 게임은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네오위즈 ’P의 거짓’은 콘솔 유저들을 공략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배제하고 출시됐는데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기록하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다.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데모 버전의 다운로드 성적을 미루어볼 때 4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제작하기 전부터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게임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판매량 자체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