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그라비티 확률 조작 의혹 조사 나서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게임업계 확률 조작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롯한 규제당국이 대응에 나섰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단 지적이다. 특히 해외 게임사의 경우 처벌 사각지대에 놓였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확률 공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적발된 국내외 게임사 9곳에 시정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업체 대부분은 해외 사업자로 확인됐다. 게임위는 시정요청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게임산업법을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게임 내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구성 비율과 당첨률 등을 공개해야 한다. 위반이 적발될 경우 게임위가 1차로 시정요청을 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문체부가 2·3차로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에 불응할 경우 게임사는 고발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지나치게 낮단 지적이다. 확률 조작을 통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려온 게임사에게 2000만원은 큰 타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확률 조작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 일부를 추징해야 한단 의견도 뒤를 따른다.
국내 사무실을 두고 있지 않은 해외 게임사의 경우 처벌도 어렵다. 시정명령에 불응한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펼칠 순 있지만 소재 파악이 어려운 데다 처벌은 더욱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불법을 저지른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앱 마켓 사업자와 협조해 국내 유통을 막을 계획이다. 다만 해외 게임의 유통을 막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충분하지 않고 국내 게임사에 역차별이 될 수도 있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 조작 의혹에 조사에 나서면서 처벌 수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열렸다. 공정위는 현재 그라비티 ‘라그나로크’의 확률 조작 의혹을 대상으로 조사를 펼치고 있다. 업계는 공정위의 처벌 수위는 게임위와 비교해 훨씬 강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기만행위 등 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면 즉시 검토해 조사 및 제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기 오류’라며 이미 확률 조작을 부인한 게임사들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년 이상 서비스해온 게임을 대상으로 과거 이력을 모두 들여다보는 일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을 펼친다고 해도 이미 증거들은 사라졌을 가능성도 높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확률 조작을 의심받고 있는 게임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를 모두 조사할 역량을 규제당국이 충분히 갖추고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과거의 일을 모두 밝혀낼 수 없다면 처벌 수위라도 높여 다신 확률 조작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