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결과 따라 카드업계 판도 지각변동 예상
인수 후보사로 KB·하나·우리금융지주 거론···비은행 계열사 수익 강화 목적
회원수 증가 등 인수 효과 크지만 업황 악화 따른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이 선제 조건
여전채 통해 자금 조달 특성상 금리 인하가 필수···금리 하락 본격화돼야 가시적인 안정 확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 2022년 한 차례 매각 시도가 무산됐던 롯데카드가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 재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결과에 따라 카드업계 판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종 변수로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가 인수·합병 성공을 가늠할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투자 5년차에 접어든 올 하반기 매각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KB·하나·우리금융지주를 잠재적 매수 후보사로 보고 있다. 이들 모두 비은행사업 계열사 수익원을 강화하려는 금융지주사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롯데카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규모였다. 이후 롯데카드는 2021년 2414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상승 궤도에 올랐고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매각 절차는 난항을 겪었다. 2022년 MBK파트너스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하나금융지주와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적정 매각가로 측정한 금액은 3조원으로 알려졌다.
높은 가격이 문제가 되면서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기자 MBK파트너스는 조정을 통해 인수후보사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해 롯데카드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호주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에 4000억원대에 매각하면서 3조원에 육박했던 기존 인수가격을 낮췄다.
그 동안 우려됐던 실적 부진 리스크도 해소된 상태다. 롯데카드는 2020년 1307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2414억원, 2022년 2780억원, 작년에는 3679억원까지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그간 매각 절차에서 발목을 잡아온 실적을 개선했다.
롯데카드의 회원수는 911만명(올 2월 기준)으로 신한카드(1391만7000명)·삼성카드(1267만1000명)·KB국민카드(1185만명)·현대카드(1182만2000명)에 이어 5위 규모다. 인수사 입장에서는 회원수 증가를 통해 카드사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카드사 중 매물로 나온 회사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는 카드 3사 누구든 롯데카드를 품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인수 효과가 단순 가입자 확대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하이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점 역시 장점이다.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롯데 유통망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합병 최종 변수로 금리 인하 여부를 꼽고 있다. 잠재적 인수 후보사들이 있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이 선제 조건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의 70%를 카드채 등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 여전채의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6%대에 달했다. 2%대 초반이었던 여전채 금리가 1년 새 3%포인트 넘게 오르면서 조달금리도 덩달아 2배 넘게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3.746%로 하락했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가 본격화돼야 가시적인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가 롯데카드 인수·합병 성공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조달 환경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 정도까지 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물가로 인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당분간 내실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 포화로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지면 시장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