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쇼크에 흰우유 소비 감소세
수입산 멸균우유 시장 확대 추세
서울우유 A2 우유 시장 뛰어들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A2 우유를 만들 수 있냐 없냐가 앞으로 유업체 시장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저출산 쇼크로 유업계 경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흰우유 소비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유업계 1위 기업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은 시장 악재를 돌파하고자 A2+(플러스) 우유를 출시했다. 그간 높은 가격대로 A2 진입 장벽이 어려웠던 가운데 서울우유까지 A2 우유 시장에 합세하며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5일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흰우유를 표방하는 ‘A2+ 우유’를 신규 론칭했다. 전용 목장에서 검증된 원유를 내세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향후 전체 제품군을 A2+ 우유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서울우유의 프리미엄화 ‘A2+ 우유’는?

A2 우유는 일반 우유의 A1 단백질과 A2 단백질 중 A2 단백질만 보유한 젖소에서 얻은 원유만 사용해 생산하는 우유다. A2 우유는 기존 우유보다 가격대가 높다. 그러나 사람의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맘카페에선 ‘배앓이 없는 우유’로 통한다.

지난해 우유 제조사 및 브랜드 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난해 우유 제조사 및 브랜드 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유업계는 A2 우유 시장 선점에 한창이다. 저출산 쇼크로 우유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국내산 우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멸균 우유 수입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는 영유아와 유당불내증을 앓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흰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 ▲2022년 26.2㎏ ▲2023년 25.9㎏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국내 우유시장 총 매출액은 2020년 2조4652억원, 2021년 2조1841억원, 2022년 2조1765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1조9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1조원대로 떨어졌다.

서울우유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A2+’를 택했다. 유업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사업 다각화보다는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우유는 처음으로 180㎖, 710㎖, 1.7ℓ 용량으로 선보였다. 가격은 서울우유 공식 홈페이지 기준 710㎖ 2개입에 8000원이다.

최경천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오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연내 일 평균 1900톤(t) 원류 중 3%인 50t을 A2 우유로 생산하고 서울우유의 경영이념을 담은 ‘A2+ 우유’를 통해 신규 고객 창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은 “A2+ 우유를 선보이기 위해 2020년부터 80억원을 투자해 A2 형질 검사하고 전용 목장도 만들었다”면서 “고품질의 A2 우유로 전면 전환하는 등 한 걸음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우유가 론칭한 A2+ 우유. / 사진=한다원 기자
서울우유가 론칭한 A2+ 우유.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서울우유는 A2 원유가 소화 개선에 미치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인체 적용 시험 결과도 발표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유 섭취 후 소화 불편감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우유 섭취 후 중증도 이하의 소화 불편감이 있는 한국인에서 A2 우유가 소화 개선과 장내 유익균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시험군을 확대해 A2 우유의 다양한 기능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A2 우유, 시장 경쟁 치열 예고

이번 서울우유가 A2 우유 시장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유업계에선 A2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국내에선 A2 우유 생산이 어려웠다. A2인자를 판별하는 기술이 특허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한건강생활은 2019년 호주산 A2 우유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연세유업도 지난해부터 A2 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유한건강생활에 따르면 뉴오리진 A2 우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대형마트에 해당 제품을 입점시켰다. 연세유업의 ‘세브란스 A2 단백우유’는 지난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넘겼다. A2 단백우유는 A2 단백원유를 100% 담은 제품으로, 가열처리 외 별도 공정을 거치지 않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맘카페에선 “A2 우유가 좀 더 고소하고 진한 맛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성분이 좋아서 그런지 구매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더 깊은 맛이 난다”, “확실히 아이도 잘 마신다” 등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가 A2 시장에 뛰어들면 관련 시장도 커지고 가격도 지금보다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A2 우유 후발주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천 서울우유 상임이사는 “저출산과 고령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수입산 멸균 우유에 대비해 A2 우유는 좋은 해답이 될 것”이라며 “서울우유는 A2 우유로 전면 전환해 프리미엄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 한다’는 기업 이념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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