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
병용요법 연구 활발, 치료 효과 높여
희귀질환 타깃, 조기 상용화 기대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들이 초기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하며 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ML은 희귀·난치 질환으로 분류되는 만큼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바이젠셀,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ML 치료제 개발에 나선 가운데 임상 상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조건부 허가에 따른 조기 상용화를 노리는 한편, 치료 목적 사용승인 건수를 늘려 중증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이란 골수에 형성된 악성종양성 질환이다.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으로 고령층일수록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낮다. 재발률이 매우 높을뿐더러 고강도로 진행되는 항암화학요법은 독성이 강해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AML 환자 중 30%는 예후가 좋지 않은 FLT3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FLT3 변이 양성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유일하게 허가받은 표적 치료제는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 뿐이다.

AML 치료제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AML 치료제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한미·파로스아이, '베네토클락스' 병용 투여

한미약품과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기존 백혈병 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와 병용요법으로 AML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은 AML 신약 ‘투스페티닙’의 활용도를 늘리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파트너사 ‘앱토즈’와 함께 투스페티닙, 베네토클락스, 저메틸화제 삼제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스페티닙은 골수성 악성 종양 표적 치료제다. 1일 1회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다.

투스페티닙은 앱토즈 주도하에 글로벌 1·2상이 진행됐다. 앞서 170명 넘는 중증 재발성 또는 불응성 AML 환자에게 투스페티닙 단독 또는 베네토클락스과 병용 투여했다. 임상 2상 권장 용량인 투스페티닙 80㎎ 단독요법에선 베네토클락스 치료 경험 없는 환자의 36%가 완전관해(CR)나 부분적 완전관해(CRh)를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투스페티닙을 AML 환자 대상의 1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베네토클락스와 저메틸화제 삼제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ML 치료제 ‘PHI-101’에 대한 글로벌 임상 1b상을 전개하고 있다. PHI-101은 기존 약물에 불응하거나 FLT3 돌연변이로 재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다.

파로스아이바이오에 따르면 PHI-101 임상 1상 중간 결과, 기존 FLT3 저해제 치료 경험이 있는 임상 참여자 중 60%가 종합완전관해(CRc)를 보였다. 임상 1b상 마지막 환자 등록은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2025년 PHI-101의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 제도를 통해 조건부 품목 허가를 통한 조기 상용화를 목표 중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1b상은 160mg 단일 요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미국과 호주, 국내 2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바이젠셀, 총 9건 치료 목적 사용승인

바이젠셀은 AML 치료제 ‘VT-Tri(1)-A’의 임상 1상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앞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연구자주도 임상에서 2년 무재발생존율 71%, 재발률 0%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VT-Tri(1)-A는 2021년부터 총 9건의 치료 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 치료 목적 사용승인은 대체 치료수단이 없거나 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식약처 승인을 받고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VT-Tri(1)-A 임상 1상에 참여한 환자 중에서 큰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임상 1상 마지막 단계인 코호트3에서는 환자당 투여 횟수를 4회로 늘린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의 급성 백혈병 중 약 65%를 차지한다. 만성 백혈병은 표적치료제 개발이 늘어나면서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급성백혈병은 한두 달 새에 질환이 빠르게 진행돼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혈액암 중에서도 잦은 재발률로 예후가 안 좋은 편”이라며 “특히 표준 치료에 실패했거나 재발 환자들은 다른 치료 옵션을 찾아야만 해,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은 분야”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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