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 여야 표결집 총력전···한동훈, 서울 순회유세서 “나라 망할까 피눈물”
이재명, 법정앞 유세 “정부, 국민고통 무관심”···청계광장·용산역서 마지막 유세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본투표 하루 전날인 9일 여야 지도부는 각각 ‘범죄자심판론’과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오히려 접전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위기론을 한껏 부각했다. 

◇한동훈 “이재명 눈물은 영업의 눈물, 우린 나라 망할까봐 피눈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봉, 동대문, 중·성동, 광진, 강동, 송파, 동작, 영등포, 양천, 강서, 마포, 서대문, 용산 등 서울 격전지를 순회하며 해당 지역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중·성동갑 윤희숙 후보 지원 유세에서 “여러분들의 한 표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정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세상이 올 것”이라며 “여러분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번 12시간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서울・경기 원샷 재편, 국회 이전, 재건축 규제 폐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 5세 무상교육, 자영업자 육아휴직 허용,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 상향 등 그간 내놓은 공약들을 거론하며 실천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선 “법정 앞에서 이 대표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여러분, 그건 자기 죄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 아니라 국민에게 자기 살려달라고 영업하는 눈물이다. 거기에 속으실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도 피눈물이 난다. 나라가 망할까 봐 걱정되고 책임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난다”며 “우리의 눈물은 우리를 지켜달라는 게 아니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여러분을 지키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한 표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며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한 위원장은 “12시간이다. 충무공께서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하시지 않았나”라며 “우리에겐 12시간이 있다. 여러분께서 나서나라를 구해달라. 저희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거대 야당 견제심리도 자극했다. 한 위원장은 “200석 갖고 조국, 이재명 같은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는 걸 상상해 보라. 그때 이 사람들이 헌법 바꿔서 국회에서 사면권 부여한 다음 자기들 셀프 사면하는 것”이라며 “우스워 보이시나. 이 사람들이 안 할 거 같나. 뭐든 하는 사람들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때 어떻게 하실 건가. 그때 후회하시면서 거리로 나와 시위하실 건가”라고 반문한 한 위원장은 “아니다. 우리에겐 내일의 12시간이 남아있다”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한 위원장 유세가 열린 왕십리역 광장엔 지지자와 시민 등 200여명 가량이 모였다. 연설 시작 직전 한 시민이 한 위원장 쪽으로 달려들면서 경호인력 제지를 받기도 했으나, 대체로 한 위원장 유세에 한껏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왕십리역 광장에 이어 구의역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광진구 김병민·오신환 후보 지원유세에선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일부는 차도쪽까지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한 위원장 목소리가 들리자 이미 지나갔던 사람들이 “한동훈인가봐”라며 발걸음을 되돌리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지역 순회를 한 뒤 이날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세를 마무리한다.   

◇이재명 “윤석열 정권 국민 절규 무대책, 국민 배신한 정치세력”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법정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대장동 등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면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권은 경제, 민생, 외교, 안보, 민주주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를 후퇴시켰다”며 “지금까지 국민 힘으로 쌓아 온 대한민국의 성과를 모두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경제 폭망, 민생 파탄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 5대 무역 흑자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못한 무역수지 적자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사과, 바나나, 감자 값까지 1등 해선 안 될 것들만 1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 이자는 두 배, 세 배 가까이 올랐다”며 “생활조차 어려워진 국민들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전세사기로 모든 재산을 잃은 국민들께서 도처에서 절규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아무런 대책도 없다.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입틀막, 칼틀막도 모자라 파틀막까지 일삼는 바람에, 피로 일궈낸 모범적인 민주국가는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라고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거부권 남발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권력 남용 때문에,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법치주의, 삼권분립, 헌정질서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정권 심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신상필벌을 엄히 해야 주권이 제대로 작동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 시민의 권리이자 책무”라며 “지난 2년간 행정 권력만으로도 나라를 이렇게 망친 정권이다. 만일 국회 과반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 그들이 입법권까지 장악한다면, 법과 제도, 시스템까지 마구 뜯어 고쳐 이 나라는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손에 대한민국 국가공동체 운명이, 우리의 남은 인생이, 자녀들의 미래가 통째로 달려 있다”며 “꼭 투표하셔서 이 정권의 실패를 심판하고 경고장을 확실하게 보여 주시기 바란다. 국민을 배신한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제가 다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이 대신해달라”며 투표를 독려할 땐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감정이 복받친 듯 한동안 발언을 멈추기도 했고,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어 “여러분의 신성한 한 표 한 표를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국민 여러분 손으로 직접 써 주시기 바란다”며 “4월 10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반드시 다시 만들겠다. 국민 승리의 도구로써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엔 취재진과 지지자 20~30명 가량이 모여 이 대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 도착 전부터 ‘정치검찰 해체하라’, ‘윤석열 감방가라’, ‘이재명은 죄가없다’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을 끝낸뒤 용산역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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