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RPT) 노바티스 '플루빅토', 블록버스터 전망
일라이릴리·BMS·AZ 등 빅파마 RPT 파이프라인 확보나서
퓨쳐켐 전립선암 RPT 'FC705'···투여량 줄여 부작용 최소화
압타머사이언스, 확장성 큰 플랫폼 개발나서···"RPT로 확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방사성 물질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RPT)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RPT 신약후보물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RPT 파이프라인만의 차별점도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을 통해 암세포를 진단·사멸하는 방사성의약품(RPT)관련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빅파마의 RPT 투자가 활발하다.
RPT란 항체, 펩타이드, 저분자 화합물 등을 활용해서 방사성 동위원소(방사능을 내는 물질·방사성 핵종)를 암세포에 정밀하게 직접 전달하는 약물이다. 이때 펩타이드는 암세포를 추적하는 역할을 하고, 방사성 동위원소는 진단과 치료 역할을 담당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물질을 투과할 수 있는 높은 에너지의 전자파인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물질로, 그 안에 불안정한 핵이 있어 해당 핵이 붕괴하며 에너지가 높은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RPT는 이런 방사성 동위원소의 특징을 활용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 RPT는 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정상세포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단백질인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타깃하는 펩타이드와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한 형태다. 펩타이드가 PSMA를 추적하면, 방사성동위원소는 그 부위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을 탐지해 전립선암을 진단하거나 방사능을 활용해 해당 부위의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RPT 선두주자는 노바티스다. 노바티스는 2018년 10월 미국 기반 항암제 개발사인 엔도사이트(Endocyte)를 21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엔도사이트 인수를 통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으로 노바티스는 2022년 플루빅토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PRC) 치료제인 ‘플루빅토(Pluvicto)’라는 방사성의약품을 출시했다.
플루빅토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플루빅토 매출은 9억8000만달러(1조3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상승했다. 노바티스는 플루빅토가 향후 매출 2조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에 등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 시장조사 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플루빅토 매출은 오는 2028년 29억달러(3조9310억원)를 형성할 전망이다.
노바티스의 RPT 플루빅토에 이어 타 글로벌 제약사도 방사성 의약품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10월 포인트 바이오파마(Point Biopharma)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포인트 바이오파마 인수로 일라이 릴리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PSMA를 표적하는 mCRPC 파이프라인 ‘PNT2002’를 확보했다.
BMS(Bristol Myers Squibb)도 지난해 12월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36억 달러에 인수하며 RPT 파이프라인 ‘RYZ101’을 확보했다. 위장관과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캐나다 바이오 기업 ‘퓨전 파마슈티컬스’를 24억달러(3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RPT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퓨전 파마슈티컬스는 방사성동위원소 ‘악티늄-255’(Ac-255)를 이용한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mCPRC을 적응증으로 하는 ‘FPI-2265’다.
전립선암에서 과하게 발현되는 단백질인 PSMA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인수로 FPI-2265를 비롯해 악티늄 기반 방사성접합체에 대한 R&D를 포함, 제조 및 공급망 역량까지 확보하게 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퓨쳐켐, 압타머사이언스 등이 RPT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퓨쳐켐은 전립선암 신약후보물질 ‘FC705’의 국내 임상 2상, 미국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임상 2상은 투약 완료됐다. FC705도 노바티스의 플루빅토, 아스트라제네카가 확보한 파이프라인 FPI-2265와 마찬가지로 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PSMA 단백질을 타깃한다.
퓨쳐켐의 FC705는 1회 투여량을 줄여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퓨쳐켐에 따르면 FC705는 1회 투여량이 100mCi로, 기존 플루빅토 등의 임상 1회 투여량인 200mCi의 절반에 불과하다.
퓨쳐켐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 특성상 방사성 동위원소가 인체 내부로 들어간다”며 “방사성 동위원소가 많을 때보다는 적은 양일 때 부작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대 등 5개 기관에서 수행한 FC705의 글로벌 임상 1상 결과를 기반으로, 동종 기전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물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C705의 글로벌 임상 1상 결과, 해당 약물 투여군의 절반에서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가 50%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플루빅토의 PSA 개선 수치인 46%를 소폭 넘어선 수치다. 또 ORR(객관적 반응률)과 DCR(질병통제율)이 각각 64.3%, 100%로 나타나며 플루빅토의 임상 수치인 51.0%, 89.0%보다 좋게 나타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최근 연세대 의료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방사성핵종(RPT) 표적전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RPT 플랫폼은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약물을 전달하고 정확한 표적화로 종양을 치료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특히 파이프라인 확장성이 큰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압타머사이언스 관계자는 “압타머사이언스의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당 플랫폼을 방사성 의약품 쪽으로 확대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압타머사이언스는 플랫폼 개발을 맡고, 연대 의료원에서는 실제 방사성의약품 생산과 물질 전임상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