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옆 8264㎡ 규모 부지 공매
옛 MBC부지 이후 첫 대규모 개발지
‘제2종일반주거→준주거지역’ 가능성도
매각가, 2021년 시세보다 1000억 비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여의도에 개발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부지 매각에 나서면서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의도에서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만큼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4000억원이 넘는 높은 매각가는 변수로 꼽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부지를 다시 공매에 부쳤다. 부지 면적은 8264㎡로 입찰가격은 최초 공급가와 동일한 4024억원(3.3㎡당 1억6000만원)이다. 경쟁입찰 방식인 만큼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LH는 오는 5월 23일 낙찰자를 선정해 8월 23일 계약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체결 시 매각대금 전액을 완납해야 하며 대금 완납 시 토지 사용이 즉시 가능하다.
해당 부지는 63빌딩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사이에 위치해 여의도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1978년 학교용지로 지정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여의도에 더 이상 학교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40년 넘게 공터로 방치돼 왔다. 학교용지로 묶여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 서울시에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했고 2020년 지정 해제되며 개발 족쇄가 풀렸다.
LH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이 쉽지 않은 데다 재무구조 악화 등을 고려해 결국 여의도 부지를 파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지난해 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부지 외에도 강남구 자곡동 2개 필지와 수도권 사옥 부지 3곳이 매물로 나와 있다.
업계에선 해당 부지가 2018년 매각된 옛 MBC부지 이후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대규모 부지라는 점에서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MBC가 보유한 부지(1만7795㎡)는 신영컨소시엄(NH투자증권·GS건설·신영)에 3.3㎡당 1억1000만원 수준인 6010억원에 팔렸다. 현재 초고가 주상복합인 ‘브라이튼 여의도’가 들어섰다.
특히 서울시가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나서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해당 부지는 현재 용도지역이 2종일반주거지역에 속한다. 용적률은 150~250%다. 지난해 10월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이 최종 확정되며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용적률은 200~500%로 상향된다. LH 관계자는 “매각토지 인근에 시범, 진주, 한양 등 아파트가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등 부동산 개발호재가 충분하다”며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이 확정돼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이 가능해진 만큼 용적률이 2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H는 지난해 최초 공급과 달리 이번 재공급은 입찰신청 및 대금납부일정 등에 충분한 여유를 뒀다. 실수요자들의 입찰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 해당 부지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첫 입찰 공고를 냈으나 공고 이후 계약 체결까지 기한은 두 달 남짓에 불과했다. 이런 방식으로 광명시 LH광명시흥사업본부 사옥 부지도 매각에 성공했다. 최근 디벨로퍼 엠디엠플러스가 501억원에 낙찰받았다. 공급 예정가(498억원)와 비교하면 차액은 3억원 수준이다. KTX 광명역 인근의 해당 부지(4667㎡)는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KTX 광명역 역세권에서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다만 높은 매각가는 변수로 꼽힌다. 앞서 해당 부지 바로 옆 여의도동 61-1 부지(8264㎡)는 2021년 6월 3030억원에 팔렸다. 3.3㎡당 1억2100만원 수준이다. 최근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2년 전 매각가보다 1000억원을 더 얹어 사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계획이 확정되고 납부 일정에 여유가 생기며 1차 매각 당시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며 “다만 부지 금액 4000억원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데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곳이 많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