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4월 경제동향···상품·서비스 소비 모두 부진
“근원물가는 기조적 둔화 흐름 이어갈 것”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일 KDI는 ‘4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으나 수출이 정보통신(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KDI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높은 수출 증가세로 인해 경기 부진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수출액은 565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 늘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핵심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5.7% 늘어난 117억달러로,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등 IT 전방 산업의 수요 확대 흐름 속에서 낸드를 중심으로 반도체 단가가 상승하고 수출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도체와 함께 4대 IT 품목으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늘어나 2022년 3월 이후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 품목 수출이 동반 증가했다.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계절조정) 대비 3.4% 늘었고, 출하 역시 2.6%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10.1%로 전월(111.5%) 대비 축소됐다.
반면 KDI는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소비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2월 재화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1% 줄어 3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 장기화, 조업일수 축소 등으로 승용차(-7.8%)와 통신기기 및 컴퓨터(-10.1) 등도 대폭 줄었다.
서비스 소비도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은 4.5%나 줄었다.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1.1%)과 교육 서비스업(-1.3%)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2월 건설기성(불면)은 전월의 급증을 야기했던 요인이 다시 조정되면서 낮은 증가율(18.2%→0.5%)을 보였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은 큰 폭의 감소세를 유지하며 향후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2월 취업자수도 건설업 둔화에 따라 전월(38만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32만9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2~3월 3%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KDI는 농산물과 유가 등 공급 측 상방 압력이 주된 요인이었던 만큼 기조적 둔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DI는 “농산물 가격과 더불어 국제유가가 석유류 가격에 반영됐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