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뒤마을, 1600가구 아파트 조성 확정
구룡마을, 이달 토지 보상작업 착수
정릉골·백사마을 잇따라 관리처분인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대표 판자촌들이 상전벽해를 앞두고 있다. 낮은 사업성으로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이 서울시 지원을 받아 하나둘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강남에선 성뒤마을이 재개발 밑그림을 그릴 설계자 찾기에 나섰고 구룡마을은 토지 보상 작업에 착수했다. 강북에선 정릉골에 이어 백사마을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재개발 9부 능선을 넘었다.

◇성뒤마을,  ‘정원도시’ 컨셉 설계자 공모 나서···구룡마을, 3000가구 공급 기대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최근 서초구 방배동 565-2 일원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주택용지 A1에 대한 건축설계안 공모에 나섰다. 이번 설계 공모를 통해 인근 우면산과 연결되는 ‘정원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성뒤마을은 1960∼1970년대 강남개발로 생긴 이주민이 우면산 자락에 정착해 생긴 마을이다. 1971년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주거 여건이 열악해졌다.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이 도보 10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역세권이지만 무허가 건축물이 난립해 있어 강남 대표 판자촌으로 꼽힌다. 수십 년간 난개발이 이뤄진 데다 재해 위험 우려가 커 서울시는 2017년 이곳을 공영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성뒤마을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고 토지보상까지 완료했다. 현재 자진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 자료=서울시
/ 자료=서울시

이곳은 재개발 밑그림이 나온 상태다. 지난달 28일 ‘서초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안’이 확정되면서다. 2019년 1월 지구계획 승인 시 사업부지 내 공동주택은 용적률 160%, 최고 7층, 813가구로 결정됐으나 이번에 용적률 200%, 최고 20층, 1600가구로 변경됐다. 공공주택단지 A1블록엔 임대 590가구, 분양 310가구 등 900가구가 조성되고 700가구가 들어설 민간주택단지는 매각될 예정이다. SH는 올해 12월 통합심의, 내년 2월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같은 해 10월 공사를 발주하는 게 목표다. 착공은 내년 12월, 준공은 3년 뒤인 2028년 12월로 계획했다. 본청약에 앞서 진행하는 사전예약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곳곳이 개발되며 쫓겨난 철거민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된 강남 최대 판자촌이다. 지금도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집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2011년부터 SH를 사업시행자로 하는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 절차가 끝나 이달부터 토지 보상 절차에 돌입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동시에 도시개발계획 변경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0년 구룡마을에 2838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부 땅의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전망이다. 최고 높이 35층 이상인 아파트도 충분히 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3600가구 안팎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사마을, 20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정릉골, 4층 고급 타운하우스 추진

강북 대표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과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도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사마을 재개발 조감도 / 자료=노원구

백사마을은 지난달 노원구청으로부터 재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5년 만이다. 백사마을은 1967년 청계천 등에 살던 주민들이 철거를 피해 불암산 자락으로 이주하며 형성됐다.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6년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해 표류 위기에 놓였다.

사업에 다시 물꼬가 틔인 건 2017년 사업시행자가 SH로 변경되면서다. 2019년 정비계획변경인가와 2021년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거친 뒤 이번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며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18만7979㎡의 부지에 최고 20층, 2437가구 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서게 된다. 연내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착공, 2028년 완공이 목표다.

현재 SH가 사업성 확보를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공급 가구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1953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구역(A1)과 저층 임대주택 484가구를 짓는 주거지 보전구역(A2)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가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통해 주거지 보전구역을 전면 백지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거지 보전을 하지 않고 A1구역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를 짓기로 한 것이다. 저층 주택이 아닌 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가구 수는 3000여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분양주택이 2500가구, 임대주택이 500가구 가량이다. 분양주택 중 조합원 물량(1278가구)을 제외하면 1200가구 가량이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릴 전망이다.

정릉골 재개발 조감도 / 자료=포스코이앤씨
정릉골 재개발 조감도 / 자료=포스코이앤씨

성북구 정릉골도 지난 1월 성북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을 받으며 재개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현재 이주·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정릉골은 국민대학교 캠퍼스와 정릉천 사이에 형성된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다. 1950년대 청계천과 북아현동 일대 철거로 인해 무허가주택 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됐다.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건 2003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다. 2012년 정비구역 지정, 2017년 조합설립인가, 2020년 3월 건축심의 통과, 2021년 말 사업시행인가 등이 이뤄졌다. 

정릉골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15만1791㎡ 부지에 지상 4층, 81개 동, 1411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은 고층 아파트 대신 4층 높이의 고급 타운하우스를 짓기로 했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가 맡았으며 단지명은 ‘르테라스 757’로 정했다. 2022년 당시 책정한 사업비 규모는 6028억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마지막 남은 판자촌·달동네 재개발이 서울시 지원을 받아 하나둘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며 “대부분 주요 입지에 위치한 만큼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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