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한강변 고가 아파트에서 최근 한달새 신고가 거래사례 잇따라
악성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7개월 연속 증가세···지방이 80% 이상 차지

최근 2개월간 서울 주요지역 고가 주택 거래현황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2개월간 서울 주요지역 고가 주택 거래현황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시장이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서울 한강변·강남권 등 핵심지역의 고가단지에서는 신고가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악성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지방을 중심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지역별 상품화를 넘어 상품별 초양극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7차아파트 전용 245㎡ 타입은 이틀 전인 지난 27일 110억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4월 종전 최고가로 거래된 80억원에 견주어보면 1년에 10억원씩 총 30억원이 오른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주택은 단지 내 가운데 위치한 동의 중층으로 한강 조망이 안 된다. 그럼에도 고가의 거래가 일어난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재건축에서는 권리가액에 따라 펜트하우스를 받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고 매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정비사업 추진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강남권 신축도 고공행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지난달 중순 전용 156㎡ 타입이 79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거래가 54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곳 역시 약 2년 3개월 새 25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이 단지는 최근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청약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밖에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에서도 이달 초 전용 136㎡이 5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성동구 옥수동 옥수하이츠 전용 114㎡도 19억1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택시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넷째주(3월 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넷째주(11월 20일 기준)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던 흐름이 반전되며 18주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전국 아파트 매맷값이 0.04% 하락한 반면 서울은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고가 기록을 세운 주택의 공통점이 있다. 한강변이나 강남권과 같은 핵심 지역의 대형평형이라는 점이다.

신고가는 아니지만 전고점 100% 회복률을 보인 사례는 더 많다. 반포자이, 반포센트럴자이, 목동신시가지5에서는 전고점 100% 회복 거래가 나타났다. 서울에 온기가 돌자 판교 백현마을9단지, 분당 수내동 파크타운, 분당 느티마을 등 경기 남부권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전고점 90% 이상의 값에 새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주택 거래량은 2개월 연속 호조를 이어갔음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로, 직전월인 1월(6만3755가구)보다 1.8%(1119가구)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 주택의 총량은 5만2918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1.6%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보면 지방의 미분양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1867가구로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전체 악성 미분양 물량 가운데 지방은 80.7%를 차지한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의 자금난을 부추겨 악성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부동산 상품별 초양극화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격차 사회로 들어섰다. 인구 감소에 따라 초양극화는 더 빨라질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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