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 전기차로 개발 초점 전환
현대차그룹 “작은 차이로 큰 기술격차 확보하겠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상한가를 올리는 배후엔 치열하게 돌아가는 국내 연구소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경기 화성시 소재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전기차 관련 기술을 담금질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내외 테스트 결과 수시로 교환하며 성능 최적화
27일 남양기술연구소 내 자리잡은 각종 연구개발(R&D), 테스트 시설을 탐방했다. 1995년 설립된 남양기술연구소는 최근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이동하는 가운데 R&D 활동의 초점을 전기차로 옮겨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이다. 밀폐된 시험실(셀) 3개로 구성돼 있고 각 셀에 모터, 인버터 등 구동장치의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연구원들은 셀 바깥 복도 양측에 책상과 컴퓨터를 두고 시험실 내 장치의 작동을 설정한 다음 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테스트를 위해 설정한 변수와 고성능 장비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취재진에 공개되지 않았다.
각 셀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야외에서 실차 운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 발생시 해당 데이터를 다시 셀로 가져와 재검증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사용해 테스트 차량의 페달과 운전대(스티어링 휠) 등을 조작하고 장치 구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사람이 직접 같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일으킬 수 있는 오류나 변수를 제거해 개발 과정을 엄밀하게 통제하고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클린룸 같은 드라이룸에서 배터리셀 연구 한창
다음으로 찾아간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방전시험, 배터리셀 소재 분석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배터리셀을 직접 제작하지 않지만, 전기차 상품성 강화에 필요한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 기능을 해당 시설에서 수행 중이다.
이날 개방된 공간인 드라이룸은 반도체 양산 시설에 조성된 클린룸처럼 다양한 외부 변수를 엄격히 통제한 채 가동되고 있었다. 현대차가 지난해 준공한 165㎡(50평) 규모의 드라이룸은 반도체 개발을 위해 먼지 등을 제거하는 클린룸과 비교해, 배터리셀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습기를 통제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드라이룸의 연구원들은 매일 배터리셀을 통제된 환경 안에서 해체해 내부 구성요소뿐 아니라 해체 중 셀에서 발생하는 가스까지 분석하고 있다.
◇상용차 개발 위해 극기온 구현 “벤츠 출신 임원도 감탄”
이어 도착한 곳은 상용시스템시험동이다. 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 전동화 상용차의 충돌 안전성, 구동성능, 소음·진동(NVH) 등에 대한 시험·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험용 장치나 차량보다 큰 로봇팔과 기계들이 정해진 알고리듬에 따라 쉴새 없이 작동하며 완성차 상품성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상용환경풍동실은 이번 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장 강조한 시설이다. 이 곳은 수소전기트럭을 비롯해 친환경·내연기관 상용차의 공력성능을 비롯해 공조, 주행성능, 배기가스 배출 등을 테스트하는 시설이다. 지구상에서 실제 접할 수 있는 극한의 온도와 태양광·태양열, 바람 등 자연적 요소를 구현해 차량을 시험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됐다.
내부에 마련된 환경풍동실은 마치 야외 공간인 듯 태양의 열, 빛을 조성하고 있었다. 영상 35도의 뜨거운 햇빛이 구현된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겉옷을 벗는 모습이 하나둘씩 보였다. 차량 앞쪽에는 가스 섞인 바람이 불어 공기 흐름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상용차 브랜드를 운영하는 벤츠에서 근무했던 마틴 자일어 현대차 부사장(장)도 이 같은 시설은 본 적 없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이 곳에서 수소전기 상용차를 안전하게 시험하고 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부 시설에 크게 투자해 방폭 조치를 취했다”며 “세계 여러 곳의 민관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친환경 상용차의 개발 과정에 대한 신뢰를 갖고 구매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 개발 위해 연구소 업그레이드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 완성차 업체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해온 남양기술연구소는 이제 전기차 개발 산실로 거듭났다. 내연기관차와 다른 특성을 갖춘 전기차를 더욱 신속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내기 위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의 R&D 영역이 훨씬 넓은 가운데, R&D의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경쟁 우위의 관건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남양기술연구소에 값비싼 시험 장치를 들이고, 유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시장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작은 차이로 더 큰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R&D를 과감하게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