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을 좋아하는 아내와 가구 수집에 열성인 남편이 함께 수집한, 디자인 거장의 빛나는 유산들로 채워 넣은 하나의 작은 전시장과 같은 집.
한마음으로 모아온 가구들
베르네 팬톤, 한스 웨그너, 장 프루베, 임스 부부, 르 코르 뷔지에까지. 가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뒀다면 알 법한 이름의 거장들이 디자인한 오리지널 가구로 알차게 채운 남산 자락의 20평대 아파트.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이 집에서 결혼 6년 차 김슬기·강기산 씨 부부가 여섯 살 된 반려견 칸쵸와 함께 살고 있다. 김슬기 씨는 가구디자인 전공자로 졸업 후에는 모던하우스, 자주와 같은 생활용품 브랜드 VMD로 일하며 인테리어 감각을 길러왔다. 그런 그녀가 결혼 초에 들인 조명들 외에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까지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건 남편의 제안 덕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칼한센앤선carlhansen.com에서 한정판 체어가 나왔다고 사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시작한 수집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남편이 운동화를 수집하며 기른 디깅력이 가구 컬렉팅에서도 유용하게 쓰인 것이다. 이후에도 남편의 눈에 띈 아이템을 구매할지 말지를 아내가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는 식으로 지금의 컬렉션을 완성해 왔다. 그러는 한편, 가구와 조명을 아내가 2022년부터 집스타그램 계정@casa_t.d.k에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부부가 집에 들이는 시간과 돈, 애정도 서서히 깊어졌다. 남편은 한스 웨그너의 의자를 사보자고 제안했던 그때처럼, 아내와 컬렉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며 해외출장 시에도 부지런히 가구 쇼룸을 들르고 있다. 김슬기씨는 이곳에서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주방과 욕실에 사용한 초콜릿 컬러는 저랑 칸쵸의 이미지에서 따왔고
포인트로 쓴 블랙 컬러는 남편의 성향을 닮아서 고른 컬러래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게 다가왔죠.
부부를 위해 완벽히 설계된 두 번째 집
김슬기·강기산씨 부부는올 8월 남산 소월길을 마주한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왔다. 아내의 직장과 도보로 오갈 만큼 가까운 데다, 구축 아파트라는 누군가에게는 단점일 부분 역시 부부에게는 오히려 리모델링 을 통해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집의 리모델링은 스튜디오 나이스아웃@studioniceout이 맡았다. 대학교 후배였던 하그림·하연주 실장이 이끄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인 만큼 부부의 취향을 관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를 품고 고민 없이 의뢰를 맡긴 것. 상업 공간 위주로 작업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답게 원래 있던 창을 없애고, 과감한 컬러를 사용하는 등 주거 프로젝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색다른 시도를 공간에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안방에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커다란 새시를 철거하고, 침대 헤드가 안정적으로 놓일 벽 공간을 확보한 후 왼쪽 구석에 작은 창을 새로 냈다. 현관에 들어서면 블랙 프레임의 유리창과 강렬한 컬러감의 팬톤 체어 가 바로 시야에 걸린다. 주방 싱크대는 물론 욕실 타일, 신발장과 같은 영역에는 반려견 칸쵸가 바로 떠오르는 초콜릿 컬러를 사용했다. 주거 공간에는 강한 컬러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컬러를 좋아하는 김슬기씨와 스튜디오 나이스아웃은 오히려 이 점을 역이용해 집을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부부의 취향을 고려해 디자인한 공간. 김슬기·강기산씨 부부는 그동안 모아온 가구와 조명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늘 그렇게 해왔듯 아름다운 조명과 가구를 수집하며 부부만의 취향을 탐구하는 여정을 이어간다.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