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오는 26일부터 무제한 무료 배달 예고
배달앱 독주 이어가는 배달의민족, 1위 유지 관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 공룡들을 제치고 1등 자리를 꿰찬 쿠팡이 이번엔 배달앱 1위를 노린다.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 시작을 예고했다. 배달앱 시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이끄는 배달의민족이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지만, 쿠팡의 물량공세로 배달앱 시장 판도가 뒤바뀔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 서비스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오는 26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는 주문 횟수, 주문 금액, 장거리 배달에 제한이 없다. 별도 쿠폰이나 할인 중복 사용도 가능하다. 현재 쿠팡이츠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1400만명에 달한다.

쿠팡이츠가 오는 26일부터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한다. / 사진=셔터스톡
쿠팡이츠가 오는 26일부터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한다. / 사진=셔터스톡

와우 회원은 쿠팡이츠 무료 배달과 프리미엄 서비스인 한집배달 중 원하는 배달을 선택해 이용이 가능하다. 이번 무제한 무료 배달은 와우 회원들의 부담도 크게 줄였다. 그간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문 음식 가격의 5~10%를 할인했던 것을 무료배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우 회원이 배달비 3000원,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총 2만30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26일부터는 2만원만 지출하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 물가 품목 중 약 80%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인상됐다. 유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부담 음식 배달비는 지난해 12월 기준 3000원에서 최대 7000원까지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 배달비 상승 부담은 곧 소비자의 외식 지출 감소로 작용해 외식업주들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집단은 지속적으로 쿠팡의 다양한 혜택과 카테고리로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와우 멤버십 혜택인 쿠팡이츠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주문량이 두 배 늘었다”고 밝혔다.

배달앱 업계는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 배달 정책이 어떤 파급력을 가져다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은 그간 ‘계획된 적자’를 일관되게 언급하며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내며 유통 시장을 제패했다. 쿠팡의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 사업 분야의 지난해 EBITDA 손실은 6219억원으로 전년(3003억원) 대비 107% 늘었다. 따라서 쿠팡이 막대한 자금을 쏟으며 배달앱 시장을 사로잡는데 집중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은 주로 1인 가구가 사용하는데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배달비가 사라지면 쿠팡이츠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배민이나 요기요 이용자들이 쿠팡이츠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무료 배달은 소비자들을 유입시키기 좋은 수단이지만 워낙 배달의민족 충성 고객이 많은 상황이라 쿠팡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현재로서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현재 배달앱은 배달의민족이 시장점유율 약 7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중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21일 기준 쿠팡이츠는 일일활성 이용자수 111만5160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요기요(100만1706명)을 넘어섰다. 월간 활성이용자수 기준으로는 요기요가 쿠팡이츠를 소폭 앞서고 있으나, 격차는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요기요는 쿠팡의 적극적인 물량공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기요는 쿠팡이츠와 비슷한 구독 멤버십 요기패스X를 통해 월 4900원에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요기요는 1만7000원의 최소 주문 금액이 존재하는 반면 쿠팡이츠는 제한이 없어 소비자들의 요기요 이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소비자 이용률 기준으로는 배달의민족(86%)이 독보적이지만, 만족도 순으로는 쿠팡이츠가 60점으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각각 48점)를 앞섰다.

우아한형제들 전체 및 아시아 지역 잠정 실적, 컨슈머인사이트 기준 배달앱 소비자 만족도. / 표=김은실 디자이너
우아한형제들 전체 및 아시아 지역 잠정 실적, 컨슈머인사이트 기준 배달앱 소비자 만족도. /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정책은 배달의민족을 정조준했다고 분석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표적으로 쿠팡이츠가 지난해 4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배달의민족은 10% 할인 쿠폰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으로 맞섰다. 최근에는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해주는 점주들에게 배민1플러스(배달의민족 자체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배달비를 낮추는 만큼 쿠팡이츠 배달비를 낮출 것을 요구했으나, 배달의민족이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소폭 하락한 잠정 실적을 냈다. DH의 아시아 실적엔 우아한형제들(한국), 푸드판다(동남아시아·대만·홍콩)가 포함된다. DH에게 아시아 지역은 총 연간거래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과 격차를 좁힐수록 배달의민족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 와우 회원에게 기록적인 30억달러(3조9162억원)의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쿠팡의 성장은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반영한 것으로 쿠팡이츠 와우혜택을 통해 고객은 물론 지역 입점 상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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