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50% 이상 급증···진행공정과 공사비 청구시점 차이에 따른 일시적 증가

삼성물산, 현대건설 미청구공사액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삼성물산, 현대건설 미청구공사액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이 1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한 점과 자진 폐업하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근거 삼아 이들의 미청구공사액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계상 미청구공사액과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운전자본에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9일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미청구공사액이 1조84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해 1조1503억원 대비 60.3% 증가한 수준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빌딩이 7449억원에서 1조334억원으로, 플랜트부문이 1932억원에서 6387억원으로 늘었다. 토목부문은 1810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시평 2위 현대건설도 비슷한 수준으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했다. 22년도 말 기준으로는 2조4000억원이었지만 1년 뒤인 작년 말 기준 3조6700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까지 52.9% 늘어났다. 미청구공사액이란 시공사가 이미 완료한 공사작업에 대한 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를 두고 주요 건설사의 재무 위험성도 커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주택경기 부진에 따라 수도권 외 지역 중심으로 늘어난 미분양 물량이 미청구공사액 증가를 부추겼고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약 1년 간 공사를 20% 가량 진행했으나 조합장 직무 정지로 분양을 진행하지 못하며 공사비 1800억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 미분양 물량도 증가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1월 6만2489가구 대비 1266가구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년간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업에 따른 회계 특성을 이해하면 미청구공사액 증가 그 자체만으로 우려할 건 아니라고 말한다. 회계연도 기간 동안 기성과 공정률이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지, 발주처의 자금사정 악화로 인해 돈을 제때 못 받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여타 1군 건설사 대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했다고 밝힌 사업장도 평택 FAB 3기 신축공사(2477억원)을 제외하면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815억원) ▲말레이시아 KL118타워(319억원) ▲UAE원전(310억원)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28억7000만원) 등 해외 비주택이 대부분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진행공정과 공사비 청구시점 차이에 따른 일시적인 증가로 보여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2629억원)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장(686억원) 등의 미청구공사액이 있지만 두 사업장 모두 높은 경쟁률로 분양을 마친 서울 동남권 사업장이어서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미청구공사액 증가 자체보다 사업장별 증가 원인을 보는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건설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 반영되면서 미청구공사 규모도 확대된 경향이 있다”며 “미청구공사액과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반영되는데 수개월 걸리는 데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이 큰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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