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발전하며 글로벌 원빌드 구현
확률형아이템·최적화 과제로 주어져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이미지. / 이미지=위메이드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이미지. / 이미지=위메이드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글로벌 게임 트렌드 변화와 함께 하락세를 걷던 MMORPG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원빌드를 탑재한 게임들이 호성적을 거두면서 게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단 평가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의 신작 ‘롬‘이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다. 이날 기준 ‘롬‘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대만 시장에서도 5위권 안에 들었다. 

지난 12일 글로벌 170여개국에서 출시된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 역시 순항 중이다. 출시 하루 만에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16일 26만(일일 최대 기준)명을 기록했다. 위메이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위믹스플레이‘에서 동시접속자 수 1위에 올랐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글로벌 원빌드를 채택했단 것이다. 기존 게임들이 국가별 서버를 나눠 운영했다면 글로벌 원빌드 게임에서는 모든 국가의 유저들이 한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덕분에 국가간 대결구도 등 지금까지 없었던 재미요소들이 등장하며 신작 MMORPG의 흥행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원빌드 MMORPG가 처음으로 흥행한 사례는 엔씨 ‘리니지W‘다. 지난 2021년 출시된 ‘리니지W‘는 우리나라와 대만 및 여러 국가들을 한 서버에 묶으며 크게 흥행했다. 출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니지W‘는 대만 시장에서 매출 순위 2위를 유지한다. 

글로벌 원빌드를 구현하는 일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가장 먼저 자동번역 기능의 발전이 꼽힌다. 엔씨는 ‘리니지W‘에 시간 AI번역 기술을 탑재하면서 언어장벽을 없앴다. 유저들은 국가가 달라도 자동번역 기능을 통해 같은 혈맹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

레드랩게임즈 ‘롬‘ 대표이미지. / 이미지=레드랩게임즈
레드랩게임즈 ‘롬‘ 대표이미지. / 이미지=레드랩게임즈

레드랩게임즈 ‘롬‘은 글로벌 원빌드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연결 속도에 집중했다. 모든 지역에 안정적인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곳에 서버를 배치하고 대규모 멀티 플레이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해 핑 문제를 해결했다.

다만 글로벌 원빌드 MMORPG들이 장기흥행을 이뤄내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기존 국내 서비스와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이 낮아지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서구권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권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최적화 역시 글로벌 원빌드 MMORPG가 우선시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PC와 모바일을 함께 사용해 게임하는 우리나라 유저들과 달리 동남아 및 중동 유저들은 주로 모바일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그래픽 품질이 높아지며 권장사양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사양 기기에서도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게임사들에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원빌드의 잠재성을 알아본 후발주자들이 연내 신작 출시를 예정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NHN은 ‘다키스트데이즈‘에 글로벌 원빌드를 도입해 올해 3분기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넥슨의 차기작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글로벌 원빌드로 올 여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글로벌 원빌드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구현해내지 못했는데 번역과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면서도 "확률형 아이템 등 기존 MMORPG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요소들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반짝 흥행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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