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풀한 음색으로 듣는 이의 감정을 뒤흔드는 노래를 불러온 나얼@rrace. 우리가 그런 싱어송라이터 나얼에게서 받는 드라마틱한 인상과는 달리 포토그래퍼 유나얼이 휴대폰 카메라로 촬한 사진들에는 일상적인 장면이 주는 소박함과 여백이 만든 무심한 멋이 느껴진다.
가수, 화가 그리고 사진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이자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얼. 학부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의 또 다른 자아로 화가 유나얼을 알고 있는 이들도 이제는 꽤 많을 듯하다. 천생 예술가인 그는 지난 2021년 1월,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리던 사진을 작품으로 엮은 사진집 «리액션 투 라이트Reaction To Light»를 출간함과 동시에 서울 성북동의 갤러리 오트Aught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학생 때부터 사진 찍는 일을 꽤 즐겼다고. 사진가로서의 또 다른 자아를 대중에게 선보인 그에게는 화가나 포토그래퍼라는 말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시각예술 아티스트’라는 말이 어울린다. 2023년 11월에는 김선익, 김주성 작가와 함께 단체 사진전 <인덱스 세제곱>을 열었다.
작품으로 소통하는 예술가
한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탓에 나얼을 ‘고독한 예술가’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시각예술 작품이나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즐기는 예술가다.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나얼의 음악 세계’의 줄임말인 ‘나음세’라는 타이틀로 R&B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플레이리스트를 주기적으로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신곡 발표와 개인전 개최, 리복과 비이커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 공개와 같은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와 사진전 <인덱스 세제곱> 출품 작품과 관련한 짧은 대화를 나눠봤다. 인터뷰를 읽은 뒤에는 포토그래퍼로 변신한 나얼이 주최한 책 안의 작은 전시회에서, 아주 일상적인 순간을 그 어떤 화려한 묘사 없이 덤덤하게 그려낸 사진을 차분히 감상해 볼 것.
그럭저럭 일상을 살다보면 본능적으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순간의 모습들에서 개인적인 취향의 조형미를 발견할때죠.
마음에 드는 순간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지만(예를 들면 무거운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일) 그럭저럭 일상을 살다 보면 본능적으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다. ‘순간의 모습들 속에서 개인적인 취향의 조형미를 발견할 때’인데 전체적으로는 그냥 사물에 떨어진 빛에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 어떤 것을 뒤져서 찾아내거나(index) 신경을 곤두세운 채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휴대폰 카메라로 족하다.
콜라주 작업을 하듯
서로 상관없는 듯한 사진들을 무작위로 골라
전체적인 조형미와 균형을 맞추다보면
사진 한 장이 놓였을 때 주는 느낌과는
색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여러분이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감성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며 지내셨나요?
2022년 12월 시작한 발라드 싱글 프로젝트 <Ballad Pop City>의 작곡, 작사, 프로듀싱을 맡아 성시경, 태연 씨를 비롯해 제 곡까지 총 3곡을 발표했습니다. 1월과 8월엔 <Ballad Pop City>와는 장르적으로 다른 <Soul Pop City>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가장 최근에는 성시경 씨와 듀엣곡까지 발표했죠. 이처럼 음악 작업을 비롯해 개인전 <바디매오>, 단체 사진전 <인덱스 세제곱>을 준비하다 보니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네요.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으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무거운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원하는 이미지를 비교적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점이 회화와 다른 사진 작업만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사진전 <인덱스 세제곱>에는 어떤 식으로 합류하게 되신 건가요?
큐 아카이브@q-archive_ 측에서 먼저 사진전을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 기회에 저와 평소 친분이 있는 작가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게 됐죠.
<리빙센스>에 보내준 사진들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꽤 오래전에 찍어놓은 사진과 최근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6컷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9점의 작품 모두 스마트폰(갤럭시S7)으로 촬영한 것들이죠. 일상을 보내는 순간과 여행을 떠난 순간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여섯 장의 사진을 세트로 묶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특별한 이유는?
콜라주 작업을 하듯 서로 상관없는 듯한 사진들을 무작위로 골라 전체적인 조형미와 균형을 맞추다 보면 사진 한 장이 놓을 때 주는 느낌과는 색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작업 방식을 이번 기회에 채택했죠. 또 다른 이유로는 “책 속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단어나 항목, 인명 따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정한 순서에 따라 별도로 배열하여 놓은 목록”을 뜻하는 인덱스가 전시 타이틀이었기 때문도 있습니다.
6장의 사진 아래 일정한 간격의 여백을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고, 그런 비율의 여백까지 포함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합니다.
2024년에도 다양한 작품 활동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쉬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품으로 인사를 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editor 권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