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줄고 수요 늘면서 제품 가격 전분기 比 15% 급등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기업용(엔터프라이즈) SSD 시장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 선두권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점유율이 경쟁사들 대비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 키옥시아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에 그치며 전분기 대비 점유율이 감소했다. 출하량 규모가 높은 선두권 업체들이 제품 가격 상승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은 매출액 기준 전분기 대비 47.6% 증가한 23억1000만달러(약 3조758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업체들의 대규모 감산으로 재고가 축적되고, 서버용 제품 수요가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기업용 SSD 가격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기업용 SSD 가격이 전분기 대비 15% 이상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인 곳은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기업용 SSD 매출액은 7억6600만달러(약 1조150억원)로, 전분기 대비 96.9%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8.3%p 오른 33.2%로 점유율 2위를 유지하며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혔다. 주요 북미 거래선 일반 서버 수요 증가가 회사의 전체 기업용 SSD 판매 확대를 견인했다.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낮았던 전분기 기저효과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기업용 SSD에서 9억6100만달러(약 1조279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로 전분기 대비 64.3%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4.3%p 늘어난 41.7%로 1위를 유지했다. 회사는 서버향 SSD 출하량 증가폭이 전분기 대비 50%에 육박하는 등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기업용 SSD의 가격 상승으로 매출 성장을 이뤘으나, 전분기 대비 6.8% 증가에 그친2억 5000만 달러(약 3328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5%p 감소한 10.8%다.
일본 키옥시아는 전분기 대비 4.3% 증가한 2억1700만달러(약 288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점유율은 3.9%p 감소한 9.4%로 집계됐다. 이외에 웨스턴디지털은 주력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 23.4% 감소한 1억1300만달러(약 1504억원)를 기록했다. 점유율도 절반가량 줄어들며 4.9%에 머물렀다.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SSD 가격의 상승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서버용 제품의 주문량이 지속 늘 것이란 전망이다. 올 1분기의 경우 가격이 전분기 대비 25% 이상 증가하면서 매출액 기준 시장 규모 역시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캐파를 최대한 활용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등 서버향 SSD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 접수됐다”며 “2024년에도 선단 제품 중심 수요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간 선제 투자를 통해 축적된 선단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올해는 현재 보유 중인 캐파(생산능력)를 활용한 수요 대응으로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고 eSSD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솔루션 제품의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