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 여행객 급증했지만, 올해 언제 꺾일지 몰라 불안감 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작년 국내 항공업계는 역대급 한해를 보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억눌렸던 해외 여행 수요가 엔데믹을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여행 상승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1절 연휴에도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이 21만명에 달해 코로나19 이전이자 일본 불매운동이 터지기 전인 2019년(20만1467명)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해외 여행객으로만 보면 사실상 코로나 종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대다수 항공사들이 창립 이후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내며 방긋 웃었지만, 내심 해외 여행 붐이 꺼질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유는 현재 해외 여행이 일본에 몰려있다는 점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여행객은 1938만명으로 전체 해외여행객(6831만명)의 28.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20.8%보다 약 7.5%p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요 여행지 중 하나인 베트남(874만명)까지 더하면 두 국가 여행객이 전체 해외 여행의 41%를 차지한다.
두 국가는 예전부터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요 여행지이긴 하지만, 결국 일본과 베트남 여행 붐이 식는다면 해외 여행객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두 국가로 해외 여행객이 몰리면서 항공사들도 또다시 출혈 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적정 항공권 가격을 유지하는게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공급이 다시 늘어나면서 수급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직전 출혈 경쟁에 몸살을 앓았던 항공업계는 재차 악몽이 반복될까 걱정하고 있다. 당시 항공업계는 한정된 여행지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가격 경쟁을 벌였고 ‘0원’ 항공권이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비행기를 띄워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올해 들어 아직까진 일본 여행 열기가 식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선 3월 이후에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통상 2분기는 해외 여행 비수기인데다, 지난 1년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 올해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작년에는 보기 힘들었던 항공업계 프로모션이 올해부터는 슬슬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일각에선 이달 중순 서울 고척돔에서 열릴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출전하는 오타니를 보러 오는 일본 여행객을 끝으로 일본 노선 특수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상 타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하지만, 항공업계는 사실상 가격 하락 외에는 마땅한 방도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항공권을 고를 때 최우선으로 보는 것이 가격이고, 항공사 서비스 품질 등은 후순위다. 특히 단거리 여행의 경우 기내 서비스로는 크게 차별화를 두기도 어렵다. “기내에서의 편안함은 옆자리 탑승객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결국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선 일본과 동남아 외 새로운 노선을 찾아내야 한다. 이미 모든 항공사들이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알짜 노선을 차지하기 위한 밑작업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새로운 여행지들이 알려지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니즈는 충분한 상황이다.
일본 여행객이 한없이 늘어나던 지난 2010년대 끝자락에서 일본 불매 운동으로 갑작스레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홍역을 앓았던 만큼, 잘 될 때일수록 경계하고 새 시장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