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IP
자연 속의 재료를 직접 수확하고, 색다른 요리를 소개하는 푸드 트립.
그 두 번째 여행에서 찾아 나선 재료는 고로쇠 수액이다. 늘 새로운 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을 탐방하는 레스토랑 에빗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함께 산 넘고 물 건너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향했다.
신비의 물을 찾아서
요리의 재료를 논할 때, 대부분의 경우 육류나 생선, 채소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만을 주목한다. 하지만 ‘물’과 같이 없어선 안 될, 요리의 ‘근본’이 되는 재료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요리의 근본이 되어주는 재료를 꾸준히 탐구해 온 조셉 리저우드 셰프이하 조셉 셰프가 3월의 ‘푸드 트립’으로 고로쇠 농장을 택한 건 물을 탐구하는 여정의 일부였다.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데다 우리 몸에도 이롭다는 고로쇠 수액, 자연 속으로 들어가 다른 것도 아닌 ‘물’을 채취한다는 점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고로쇠,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한 이름을 지닌 나무. 한방에선 위장과 폐는 물론 신경통이나 관절염에도 효과를 낸다고 잘 알려져 ‘귀한 물’로 대접받는다. 나무에 구멍만 뚫는다고 얻을 수 있는 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나무의 1m 정도 높이에 드릴로 얕은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채취하는데, 2월 말부터 3월 중순이 되기 전까지만 나는 데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다가온 봄을 시기하듯 비바람이 불던 날,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경북 영양의 영양산골형제농장을 찾았다. 농장주 권명달 씨는 “이런 날씨에 고로쇠 수액 채취가 가능할지는 하늘만이 안다”는 말로 모두를 불안에 떨게 만든 다음 울창한 숲으로 안내했다. 계곡물이 넘실대는 비포장길을 지나, 내린 비에 진창이 된 거친 산길을 굽이굽이 건너 도착한 숲. 농장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숲’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신비로운 물을 내어줄 고로쇠나무를 만났다. “바람이 불면 고로쇠 수액 채취가 어렵습니다. 나무가 수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이지요.” 우려를 안고 시작한 작업, 조셉 셰프가 직접 드릴로 구멍을 뚫고 채취용 튜브를 꽂아 넣는 순간 투명한 관 속으로 수액이 차올랐다.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물이라니. 난생처음 직접 목격한 신비로운 광경에 모두가 환호성을 내뱉었던 감격의 순간이었다. 보기엔 물과 다를 바 없이 투명한데, 그 맛은 참으로 놀랍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달다. 3월의 푸드 트립, 조셉 셰프는 고로쇠 수액을 설탕 대신 요리에 써보기로 했다.
“고로쇠 수액과 같은 자연의 재료로 설탕을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셰프라면 맛뿐 아니라 요리를 먹는 이들의 건강까지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달 딸기에 이어 이번엔 고로쇠 수액을 채취했어요. 농장 방문은 어땠나요?
보통 ‘농장’ 하면 농작물이 줄을 맞춰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일반적인 농장과 달리 숲이 우거진,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서 채취한다는 점이 정말 특별했어요.
궂은 날씨 탓에 가는 길이 더 험난했어요. 셰프님은 내내 즐거워했지만요(웃음).
농장을 방문하는 건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즐겁죠. 무엇보다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재료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신났어요. 자동차로 계곡을 건너고, 가파른 산길을 달리는 여정이 오프로드 여행처럼 느껴져서 아주 재밌었습니다. 촬영팀 전원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던 순간도요(웃음).
직접 채취한 고로쇠 수액의 맛은 어땠나요?
처음엔 달콤하다가 이어서 약간의 산미가 느껴져요. 계속해서 음미하다 보면 은은한 나무 향을 맡을 수 있고요. 흙냄새 같기도, 꽃향기 같기도 한 미묘한 풍미가 매력적이에요.
고로쇠 수액을 설탕 대신 사용하길 원했잖아요.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나요?
기대 이상입니다. 단맛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스나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하기 정말 좋은 재료예요. 필요한 만큼의 당도를 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물의 양과 끓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재료인 메이플시럽의 맛과도 비교해 봤는데, 제 생각엔 고로쇠 수액이 좀 더 섬세하고 미묘한 단맛을 내는 것 같아요. 앞으로 또 다른 요리에도 사용해 볼 예정입니다.
고로쇠 수액으로 만든 2가지 요리를 소개해 주세요.
재료의 단맛을 최대한 활용하는 요리를 선택했어요. 고로쇠 수액에 마리네이드한 소고기에, 마찬가지로 고로쇠 수액을 끓여 만든 소스를 더한 고로쇠 스테이크입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고로쇠 국화 소다도 디저트로 준비했어요.
농장을 방문하는 건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로쇠 입은 스테이크
재료
스테이크용 소고기 300g,
마리네이드용 간장 200ml, 고로쇠 수액 500ml, 생강 ⅓개,
배 ½쪽, 마늘 3쪽, 발효 식초·참기름·깨 약간씩
스테이크 소스 고로쇠 수액 200ml, 양파 1개, 당근 ½개, 마늘 3쪽,
양송이버섯 2개, 소고기 스톡 ½개
만들기
1. 준비한 마리네이드용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 다음 식힌다.
2. ➊에 소고기를 넣고 24시간 동안 재운다.
3. 양파, 당근, 마늘, 양송이버섯을 잘게 썬다.
4. 달군 팬에 마리네이드한 소고기를 굽는다.
5. 기름만 따라 낸 ➍의 팬에 ➌의 재료를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6. ➎의 팬에 고로쇠 수액과 소고기 스톡을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졸인다.
7. ➏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체에 걸러 ➍에 곁들여 먹는다.
고로쇠 국화 소다
재료
고로쇠 수액 300ml, 말린 국화 약간, 국화 시럽또는 메이플시럽·국화
식초또는 과일 식초 적당량씩, 탄산수 500ml
만들기
1. 말린 국화와 고로쇠 수액을 함께 넣고 단맛이 진해지도록 끓인다.
2. ➊를 식힌 뒤 국화 시럽과 국화 식초를 기호에 맞게 더한다.
3. ➋를 고운 체에 걸러 컵에 담는다.
4. ➌에 탄산수를 더해 마신다
조셉 리저우드 Joseph Lidgerwood
호주 출신 셰프. 영국 ‘레드버리’, 미국 ‘프렌치런드리’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퓨전 한식 레스토랑 ‘에빗@restaurantevett’을 열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2021년 미쉐린 영 셰프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했다.
editor 장세현
photographer 김잔듸
취재 협조 영양산골형제농장010-9816-3217